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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주민들의 삶터는 지켜져야 합니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37 49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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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주민들의 삶터는 지켜져야 합니다

 
밀양 송전탑 예정지 사람들에게 지난 8년 동안은 마을이 갈라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앞날마저 막막한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속사정과 살림살이를 훤히 알 정도로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이편저편으로 나눠져서 싸운다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평생을 손톱이 닳도록 가꿔온 목숨 같은 이 땅을 기반으로 해서 자식을 키우고 이웃을 사귀고 노후를 준비했을 분들에게 이 땅을 뜬다는 것은,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뽑혀 버리는 충격일 겁니다.
 
이런 분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아직도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한다던가,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언론은 진실에 눈 뜨고 사실에 기초해 행동해야합니다.
 
밀양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우리사회가 소비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실행 하는 한, 언제든 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에너지 수급정책을 만들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인류 공멸을 가져올 위험이 있는 원자력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생산과 소비문화로부터 벗어나 단순 소박한 삶을 살려는 자발적인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아직 우리의 현실은 어둡습니다. 며칠 전 국토부에서 신고리 3호기 제어케이블을 비롯한 핵심부품이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최종 발표했습니다. 제어케이블은 사람의 신경계통과 같은 핵심부품으로 원전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부품입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서 사용하려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 부품을 교체하는 데에는 최소 1-2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한전이 그동안 주장해 온‘ 내년 8월 신고리 3호기 가동을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시급하다’는 논리는 정당성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전기생산과 수송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사회의 철학적 빈곤과 운영시스템의 비민주성이 큰 듯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전은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밀양주민들이 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민관 합동 위원회’ 를 구성해서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 해야만 합니다. 나아가 밀양을 전환점으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이후 높아지고 있는 핵 위험에 대한 사회적 각성,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위험을 예측 할 수 없고 관리가 가능하지 않다면 그 일은 일단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정부와 산업통상부, 한전, 한수원, 밀양시청, 경찰, 언론에 근무하는 한 분 한 분이 영혼없는 좀비가 아닌 우주적 존재인 양심 있는 한 사람으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한가운데나 우리 집 옆에 765kv 송전탑을 세운다면 나는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향민_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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