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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법제화를 둘러싼 쟁점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39 5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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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법제화를 둘러싼 쟁점들



최근 교육부가 대안학교 관련 입법을 추진하면서 현장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면 국가는 대안교육을 통제하기보다 지원해야 한다. 대안교육운동은 지금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미래사회를 위한 실험이기도 하다. 스스로 위험부담을 무릅쓰는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사회는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전거학교, 농사학교, 댄스스쿨 같은 좀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교육 현장들이 생겨나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의 대안학교 모델은 20세기 학교 형태를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점에서 관리와 통제 중심의 제도화는 표준화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 제도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교육 혁신 노력을 북돋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지원을 위해서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법제화의 목적 중 하나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입법안으로 볼 때 지원의 가능성은 규제에 비해 약하다. 법이 기본적으로 규제를 위한 것이지만, 교육의 영역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쉽게 그 내용과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규제할 수 있는 길도 있다. 부모들과 시민의 역량을 믿고 건강한 현장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폐쇄 조항도 주요 쟁점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최종안에서는 의무등록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신고제와 등록제를 병행하면서 미신고 현장의 경우 폐쇄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안에 의하면 간단한 신고만으로 불법 상태를 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신고의 의무는 사회통념상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현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로 볼 수 있으므로 강제적이라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등록을 안 한 현장에 대한 제재 조항은 없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제재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현장의 선택 사항 으로 볼 수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존 대안교육 현장들로서는 폐쇄에 대한 우려보다 난립으로 인한 자정 기능 상실을 더 염려해야 할지 모른다. 법제화로 인해 문턱이 낮아지고 재정지원의 가능성이 열리면 부실한 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 되는 장사에는 사기꾼이 끼기 마련이라는 말처럼, 교육기본권 운동의 열매는 정작 교육장사꾼들이 챙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는 것이 법제화의 관건 중 하나라고 본다. 자율성이 절대선은 될 수 없다. 공공성을 벗어난 자율성은 사회적 병폐로 이어진다. 사학비리는 제도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학교들이 난립하여 부실하게 운영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지만, 이는 법으로 폐쇄를 강제하기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협의회 기능을 활성화하여 자체 정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한 방안이다. 대안학교들의 경우 대체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육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대안학교에서도 간혹 학생을 폭행하는 문제교사로 인해 말썽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자격증이나 법적 규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교육 현장은 100% 자격교사들로 채워져 있지만 문제교사들이 부지기수이고, 공교육의 질에 만족하는 학생과 부모의 비율이 형편없이 낮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제대로 된 법제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안교육 진영이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법제화는 시행착오를 자초하는 일이다. 법제화의 가장 바람직한 시기는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대안교육 진영이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일 것이다. 부실 현장의 난립을 막을 수 있는 평가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교사의 질을 높일 수있는 연수 체계도 강구해야 한다. 문턱이 낮아졌을 때 학부모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 갈등을 풀 수 있는 내공을 갖추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전국협의회를 구성한다면 그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안교육 진영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를 업그레이드하는 의미에서도 대안교육 법제화는 언젠가는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대안교육 현장들의 운동성이 조금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서두를 일도 아니지만 마냥 늦추어서 될 일도 아니다. 대안교육 법제화의 주체는 교육부도 국회도 아닌 대안교육 현장들이어야 한다.



현병호_격월간 <민들레> 발행인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기치로 하는 격월간《민들레》발행인으로 교육에서 대안과 희망을 찾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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