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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41 5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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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120년 전 갑오년은 근대문명의 앞날을 보여 주듯 동학농민의 피로 물든 죽음의 석양이었습니다. 60년 전 갑오년은 근대이념의 극단을 보여준 동족전쟁의 깊은 상처로 신음 속에 석양을 맞이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맞이한 올해는 욕망 추구적 근대문명과 근대국가의 허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세월호는 무엇이고 우리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어보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근대문명은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이기를 가져다주기는 하였지만 풍요와 이기의 원천이 자연에 대한 수탈과 파괴에 있고 그 방법이 직 간접적인 죽임까지도 불사하는 경쟁에 기초해 있는 문명입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경쟁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이기는 법을 배웁니다. 한시도 전쟁이 멈추지 않고 전쟁이 벌어져야만 먹고사는 산업과 노동이 존재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다룰 수 없는 핵무기와 핵발전소도 문명의 이기와 편리를 위해서 계속 만들고 세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의 삶은 따스하지 않고 먹이를 앞에 둔 짐승들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형국입니다. 모든 선거의 후보자들은 개발과 성장을 외치고 있습니다.

저는 세월호 침몰 사건이 우리 자신과 우리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무슨 사건이 터지면 '책임질 자'를 찾는 못 된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책임질 자'를 찾는 습관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 우리사회를 정면으로 성찰하고 궁극적인 해답을 찾고 실천하는 길만이 동일한 사건의 발생을 막고 우리 자신과 사회의 행복을 찾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와 우리가 사는 사회가 따뜻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솔선해서 돕고 생명이 위태로울 경우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구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 현장에서도 처참한 자괴감을 보여주었지만, 현장 밖의 우리 사회도 자신을 희생하여 돕기는커녕 서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민을 이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

사람됨의 각성'과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가는 무엇이고 근대국가체제를 넘어설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근대국가의 설립명분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겠지만 최소한의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사태에서 보듯 참사 현장에서 우리의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국가의 문제를 정부의 문제로 치환하는 정치놀음'에 빠져 근대

국가체제 자체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요? 혹시 이번에 보여준 다양한 시민사회의 대응이 근대국가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운동을 한 것은 아닐까요?

세 번째는 '한국 사회운동의 지향이 어디를 향할 것인가?' 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의 사회운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 아니면 성숙한 시민사회? 시민·사회운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때 그 사회는 결국 국가와 자본만 양립하는 사회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동학혁명 2주갑 석양을 바라보며 한반도에서 근대문명을 뛰어넘기 위해 자율적 존재 지향의 각성운동, 자립적인 공동체 경제운동, 지역 공동체의 자치를 통한 새로운 나라-수직적이고 폭력을 내재화하고 당파적 이익에 복무하는 국가재건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들의 자치와 네트워크에 기반 한수평적인 새로운 나라-운동으로 전환 할 것을 제안해 봅니다.



김용우_인드라망전문위원, 한알학교 교장

강원도 원주에서 협동조합 운동을 오랫 동안 해오셨고, 지금은 한알학교 교장을 하시며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힘쓰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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