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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문제점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45 6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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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문제점

 


2015년 2월 26일 제 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하였다. 전 과정에 참여했던 위원으로서 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설비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수명연장이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월성1호기는 캐나다의 캔두형 원전이다. 우리 법 체계에서도 국내외의 최신기술기준을 활용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되어있고, 따라서 캐나다의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여(혹은 활용하여) 안전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는 이것이 생략되었다. 월성1호기보다 늦게 건설된 월성2,3,4호기에는 이렇게 캐나다의 최신기술기준인 R-7을 적용하여 설계 및 건설되었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이 R-7기준이 만들어진 1991년 이전에 건설되었으므로 이 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R-7에 의해서 요구되는 설비들은 PLIA, 총누설감시설비, 사용후핵연료방출조 수문, 원자로건물 관통부 격리밸브 36개 등 여러 가지이다. 이들 설비는 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물질이 원자로 건물 밖으로 누출되는 것을 줄여주는 설비들이며, 월성1호기는 이러한 설비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러한 설비들을 추가하지 않았고,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이러한 설비들 없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 셈이 되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는 안전성 증진을 위해서 여러 가지 설비보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사고가 얼마나 심대한 피해를 입히는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안전기준을 강화하면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지만, 사고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 많은 나라들이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월성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안전설비들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안전설비에 투자하지 않는 핑계를 찾는데 급급했다. 최신기술기준도 아니고 24년 전 기술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원전의 수명연장은 그래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고리1호기 재수명연장을 안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들려온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강행되었다. 이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혹시나 우리 사회가 원자력의 안전을 정치적 협상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정도의 사안으로 판단한다면 이것은 너무나 큰 오산이다. 단 한 번의 핵사고로 인하여 남한 땅 전체가 살 수 없는 땅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분명하게 깨달았다. 안전성을 학보하기 위해서 어떤 투자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24년 전 안전기준인 R-7을 만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작은 위험성을 방치한 댓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후쿠시마 사고는 웅변하고 있다. 이웃의 불행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다면문명국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겠는가?



김익중_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 동국의대 교수

20여년 간 의대에서 생물학을 연구하셨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의 위험함을 알리기 위해 탈핵교육, 탈핵운동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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