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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준비하며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4:02 5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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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준비하며

 

 

‘춘래불사춘春來不仕春’이라는 경구가 있는데 이 말은 오늘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요즘 국정책임자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다. 영국 경찰은 시민들이 불안해 할까 봐 급한 때조차도 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국정책임자들은 능력도 없으면서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전쟁을 불러들이는 듯한 발언으로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불안을 바탕으로 공포정치를 하는 것이 요즘 행각이다. 우수, 경칩이 오니 절기상으로는 봄이 온 모양인데 꽃샘추위에 겹쳐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우리는 씨를 뿌린다.」 이것은 일본의 애농회(愛農會)라는 농민단체가 발족 70주년을 앞두고 내건 슬로건이다. 내가 속한 한국의 정농회(正農會)와는 수십 년째 형제처럼 가깝게 교류하고 있다. 앞의 「그래도」라는 말 속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 발전소 폭발 사고로 농지가 오염되어 삶의 터전을 버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는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는 땅으로 변해버린 곳에서 망연자실해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자신의 옛 터전을 배회하고 있다고 들었다. 거기에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벌어지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등 국제간의 약자수탈형 협상들로 농업은 그 가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 중에도 애농회가 <천 년 가는 마을 만들기>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그래도 우리는 씨를 뿌린다」라는 슬로건으로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며칠 전 씨를 뿌리려고 육묘용 온상을 설치하였다. 그중 육묘 일수가 긴 고추는 벌써 파종하여 발아를 앞두고 있다. 씨를 뿌릴 때마다 나는 봄을 실감한다. 밖은 아직도 영하 10도 아래의 추운 날씨라서 꽁꽁 언 땅이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온실에서는 이미 시작된 봄을 느낀다. 씨앗은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나는 십여 년 전부터 생명역동농업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를 하지 않는 유기농업 방식에 더하여 우주에서 오는 기운을 농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나는 해마다 독일에서 이 파종달력의 원본을 받아 번역하고 시차를 조정하여 달력을 만들고 있다. 해마다 이 파종달력을 만드는 일이 꽤 번거롭고 비용도 적지 아니 들지만, 이 농법으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파종달력을 나도 이용하고 사람들에게도 보급하고 있다. 씨앗을 아무 날에나 뿌리기보다는 이 파종달력에 따라 우주적 기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에 뿌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파종하면 생산물의 품질도 좋아지고 생산량도 증가한다. 종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그 유전적 특질을 잃어버리지 않고 그것이 다음 대에도 이어진다.

 

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추위가 안팎으로 밀려와도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씨를 뿌리는 이유이다. 꽃샘추위가 봄을 막을 수 없듯이 앞을 가리고 있는 뿌연 안개도 언젠가는 걷히게 될 것이다. 씨를 뿌린 사람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수고가 번거롭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씨 뿌릴 철이 다가왔다. 희망이라는 씨를 뿌리자. 4월은 씨를 뿌리기에 더없이 좋은 달이다. 씨를 뿌리려면 땅을 고르고 거름을 준비하는 등 수고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따른다. 훼방과 방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씨를 뿌리자!」

 

 

김준권_정농회 전 회장 생명역동농업실천연구회 회장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이 농업이라며,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시는 포천 농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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