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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망으로 피어나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4:17 68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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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망으로 피어나다 



세월호.

녹슬고, 찌그러진 모습으로 1,073일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우리의 슬픔은 깊어 있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직도 세월호를 생각하면 슬픔과 비극이 떠오릅니다. 며칠 후면 세월호 사고 3주기가 됩니다. 이제는 삼 년 탈상하는 마음으로 그 슬픔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벗어남은 그 사건을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달라지는 것입니다. 세월호의 슬픔과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가야 합니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던 아픔이 만든 참사였습니다. 생명질서를 벗어나 생명보다 물질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안전 관련 규제 완화, 과적된 화물, 비정규직 등 세월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고를 대처하는 정부기관의 태도를 보면서,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월호로 인해 아파하는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들에 대한 태도는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기보다는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인해 갈등을 만들고, 유가족들이 광화문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전의 사고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온 국민이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기울어져 가라앉는 모습을 TV 생중계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충격과 아픔은 더 컸습니다. 거리 곳곳에 노란 리본을 매고, 옷이나 가방에 달고 다니며, 남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망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이루고자, 개인의 성찰로부터 시작해 사회적 전환의 몸짓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권역에서는 지리산 세월호천일기도를 실상사와 산내마을, 지리산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진행하고 있고,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일요일마다 광주 전역을 순례하는 빛고을천일순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드라망 소식지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마음을 다른 이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세월호 이어 쓰는 편지’를 연재 중입니다.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잊지 않고, 우리의 삶과 이 사회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3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인드라망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젠 그만 잊자고 이야기합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달라진 것이 없고, 피로감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인양되었듯이,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그 뜻을 모으는데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작년 8월 진행된 ‘세월호 희망의 길 찾기 워크숍’에서는 세월호가 출발했던 인천항을 시작점으로, 서해안 길을 따라 팽목항까지 걸으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서해안 마을 순례길’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한국의 산티아고 길’처럼 성찰과 전환을 상징하는 길이 만들어지고, 잊지 않겠다는 나와 그만 잊어버리자는 네가 함께 손잡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순례길 조성을 위한 첫 걸음으로 순천사랑어린배움터의 중학교 1학년 9명의 친구들이 ‘첫걸음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 어린 친구들이 작년 9월 5일(월)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45일간 [인천여객터미널-시흥-안산-화성-평택-아산-태안-서산-보령-서천-군산-부안(새만금)-고창-영광-함평-무안-목포-해남-진도(팽목항)]까지 700km를 걸었습니다. 아이들의 걷기를 응원하며 도왔던 어른들을 포함하여 1백여 명이 넘는 이들이 순례를 마치는 날 팽목항 인근 ‘기억의 숲’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부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을회관, 경로당, 마을 종교시설 등에서 잠을 자고 쉬면서 지역주민들이 내밀어 준 손을 잡고 자립과 환대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날마다 걷고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커진 배움이 앞으로 아이들의 미래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 순례길을 제대로 만들고 함께 걸을 차례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순례길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의 성찰과 전환을 염원하는 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길로 만들고자 합니다. 삶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이들 누구라도 훌쩍 배낭 하나 메고 떠날 수 있는 위안의 순례길, 달라진 세상을 위해 일하다 지친 이들이 쉴 수 있는 휴식의 순례길,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은 이들에게 치유의 순례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월호가 남기고 간 슬픔과 고통이 희망의 꽃으로 잘 피어날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삶으로 꿈으로 가꾸어온 분들이 기꺼이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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