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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과 생명 평화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31 66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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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과 생명 평화

이병철(인드라망 지도위원, 전 생명평화운영위원장)



제주 일강정이라 부르는 마을 앞의 구럼비 해안은 볼 때마다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바위들로 이루어진 모습이며 그 끝에서 솟아오르는 한라산 용천수며 구럼비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며 그 바다의 맑고 푸른 물빛,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움과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신비로운 그곳이 몇 해 동안 심각한 분쟁상태에 놓여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세력과 강정마을과 그 해안을 지켜내겠다는 이들 사이에 구속과 물리력 행사도 이미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이 강정마을의 문제를 둘러싸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주장들이 있다. 그런데 그 주장 모두는 한결같이 강행이냐 아니면 저지냐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사안의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파괴하겠다는 세력과 이에 맞서 지켜내겠다는 세력 간의 대립이니 어쩔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나도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한다면 지켜내야 하는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한 편을 들면서 그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으론 올바로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힘과 힘의 대결은 결국 폭력으로 치닫게 되고 갈등과 대결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뿐이다. 그런 방식으론 설사 무엇이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또 다른 전쟁의 불씨를 묻어 두는데 불과한 것임을 지난 역사와 경험에서 뼈저리게 배워왔다.


2004년 5월 20일, 생명평화결사 탁발순례단은 제주 탁발순례를 마무리하면서 당시 제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과 생명평화탁발순례 제주조직위원회와 함께 제주도를 생명평화의 섬으로 선언했다.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가꾸기 위한 공동선언문에서 ‘생명과 평화는 환경생태위기와 분쟁과 갈등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과 조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임을 천명하고 이에 따라 ‘생명평화의 문제의식과 논리로 제주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데 뜻을 함께 한다’고 선언하였다.


올해 새롭게 100년 순례의 시작을 준비하며 출발하였던 생명평화 100일 순례단이 애초 계획했던 전국순례를 접고 그 기간 모두를 그곳 강정마을에 머문 것도 이 공동선언문의 정신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직면한 강정마을의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 우선해야할 것은 무엇이 이 상황에서 ‘생명평화의 문제의식과 논리’인지를 찾아내는데 우리의 관심과 지혜를 모우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갖는 두 가지 입장은 이해관계와 명분이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입장에 서든 결국 대립과 충돌은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바탕에선 두 입장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평화의 문제의식은 이 들 두 입장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것은 상생과 조화의 방식이며 화해와 치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금 서로 대립하고 있는 이들, 공사를 강행하려는 세력들이나 이를 저지 하려는 이들, 마을에서 기지건설을 찬성하는 주민이나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서로가 적이 아니다. 여기 이 땅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할 사람들이다. 다만 지금 이해관계나 명분 그 입장이 서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입장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임을 먼저 아는 것이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진정시키고 폭력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을 막는 길이다. 먼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넘어설 수 있는 것은 비폭력의 길 뿐임은 이런 까닭이다.


이제는 서로의 가슴을 열고 그 속에 앙금처럼 쌓인 불신과 불안과 두려움을 내려놓도록 하는데 우리들이 힘을 모우고 함께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이루어지는 결과를 넘어 서로 화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일들을 통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소중함에 대해 새롭게 눈 뜨고 잘 돌볼 수 있는 지혜를 익히게 된다면 이 또한 귀중한 소득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고 두려움과 불신을 놓고 서로의 가슴을 열게 하는 것 그것은 진정성이 갖는 힘이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자리를 함께 하여 가슴 열어 생각을 나누며 무엇이 함께 사는 길이며 서로를 살리는 길인지를 찾아내어야 한다. 강정마을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수록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 이 일이다. 이 힘을 키우는 것 그것이 생명평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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