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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 과학, 그리고 우리의 삶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35 5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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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 과학, 그리고 우리의 삶


 

요즘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건 이후로 원전에 대한 의식이 국제적으로 새삼 높아졌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건으로 인한 자연계와 지구 생태에 미친 막대한 피해, 그리고 주변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폐해가 소련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 최소한의 범위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괴력의 크기와 지속성은 예상 범위를 훨씬 초월했던 것을 기억한다. 독일은 공식적으로 모든 원자력 발전을 2022년까지 영구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요즘 국내에서 새로운 원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삼척지역을 여행해 보면 찬반의 의견 대립이 보인다. 대부분의 현지 주민들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반대하고 있지만, 시장을 비롯하여 정부와 관계된 사람이나 관공서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면서 찬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보면 의견대립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과학과 경제성을 앞세우는 관공서라는 권력기구와 과학은 잘 모르지만 원전의 폐해가 걱정스런 일반 주민들 간의 갈등 구조다.


근대 이성에 바탕을 둔 과학은 인류에게 너무도 소중한 자산이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을 정도로 과학은 우리에게 신뢰를 준다. ‘비과학적인 말을 하지 말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비과학적인 것은 황당하거나 근거가 없거나 믿을 수 없고 비합리적인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은 지금이 과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이성에 근거한 과학이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그것이 근대과학의 본질적 속성이기도 하다.


한편, 사회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그리고 인간에겐 이성과 감성, 그리고 지각으로 형성되는 이성과 감성을 뛰어넘는 영성이 함께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 사는 사회란 시대와 문화를 떠나 언제나 이성과 감성과 영성이 어우러진 삶의 현장이다. 그렇다면 원전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이성적 과학만으로 삶과 사회를 바라보면서 원전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주민들은 삶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이는 과학에 근거한 국가정책이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지식으로 만드는 원전이기에 현재의 과학기술로 안전하게 만들겠지만, 원전의 치명적 문제 발생이 국제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현실이다. 원자력 발전이 현재 과학기술로 안전하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이기도 하며, 겸손해야 한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당장 반경 몇 백 km 범위의 광대한 직접적 피해와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정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야 함은 당연하다.


행복한 삶이란 경제성이나 지식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와 방향설정은 인간과 사회와 삶에 대한 지혜로 풀어가야 한다. 선가에서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입차문래 막존지해’ 아니던가. 지식으로 삶을 보기보다는 시대와 문화를 떠나 언제나 우리의 삶을 보게 하는 부처님 가르침을 상기할 때이다.


 

우희종_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인드라망 전문위원. 광우병이나 원자력 등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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