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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그리고 새만금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7:02 6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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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문제에 대한 법정 싸움이 끝났다. 한쪽은 환영하고, 또 한쪽은 허탈해하면서도 서로 새로운 시작이라며 의욕의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각기 의도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외침을 보며 문득 달라이라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사고와 삶의 태도에 새로운 길이 있다는 마음에서 달라이라마와 그의 친구 빅터첸의 대화 내용을 옮겨보았다.


-세상은 서로 연결된 그물망-
“당신은 상호 연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상호 의존의 원리와 그것이 삶에서 갖는 중요성에 대해 좀더 알고 싶습니다.”

“상호 의존 원리는 존재의 본질, 또는 자연법칙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분리 독립되고 고정불변한 외딴 섬이 아닙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입니다. 이 엄연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당신의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존재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꾸준히 분석하고 명상해왔기 때문에 상당히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나 자신이 다른 모든 것들의 일부로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은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이익이 되고, 반대로 그들이 고통 받으면 나도 고통 받게 된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게 됩니다. 바로 자비로움인 것이지요.”

“사담 후세인과 부시를 예로 들어봅시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을 100% 악의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유일한 길은 후세인을 제거하는 일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체는 어떠합니까?”

“후세인이 나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악함은 그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조건들이 함께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일 서구세계와 미국이 그에게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동시에 미국과 부시를 바라보는 후세인의 실체관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실체관을 가져야 합니까?”

“미국은 이슬람의 일부이고 미국인들은 후세인 그 자신의 일부입니다.”

“상호의존적이군요.”

“그렇습니다. 상호 의존적인 관점은 우리들을 더 너그럽고 부드럽게 합니다. 나는 상호 의존 원리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부시와 후세인에 대한 악의 없는 시선으로 공평하게 접근하려고 하는 것도 상호 의존 원리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머리 맞대고 최선의 방안 찾자-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시대의 스승인 달라이라마를 있게 한 상호 의존 원리의 관점에서 새만금의 실상을 직시해보자. 전북과 새만금은 한몸, 한생명의 공동운명체이다. 전북인과 운동가들도 한몸, 한생명의 동반자들이다.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서로를 불신하고 배척해야 할 적이 아니다. 지금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때이다. 법정 싸움이 끝났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 한 그동안의 소모전이 되풀이될 뿐 달라질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 한 이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우리들의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 불보듯하다. 지금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새만금을 위해, 전북을 위해, 21세기 지속가능발전의 한국사회를 위해 겸허하고 진지하게 머리를 마주하고 앉아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화해와 상생의 길이 열리고 생명평화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오직 한 길, 이 길뿐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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