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사태와 일등주의 > 도법스님

본문 바로가기

인드라망 아카이브

황우석사태와 일등주의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53 681 0

본문

황우석 사태는 상상을 넘어서는 초유의 태풍이었다. 순식간에 온 나라를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어마어마한 괴력이었다. 여진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한 고비는 넘어갔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지금은 지켜볼 일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원인을 찾아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순하게 황우석 사태를 수습하는 것으로 끝낼 경우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가 되풀이될 것임은 불을 보듯 하다.


- 정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자 -
황우석 사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문제의 원인이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근본 원인은 매우 단순하다. 한마디로 근본가치에 대한 무지요, 근본가치를 무시한 일등주의, 부자주의가 그 원인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일등주의, 부자주의가 낳은 자식이 바로 황우석 사태인 것이다. 반생명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등주의, 부자주의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없는 한 너나 없이 제2, 제3의 황우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에는 우리 모두 보다 더 근본적 관점에서 삶의 문제를 다뤄가는 현명함을 발휘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가치가 진리임을, 일등과 부자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생명평화임을 눈떴으면 한다. 진정 우리 모두의 화두인 생명평화의 이름으로 서로 만나고 함께 하는 길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에 우리 모두 함께 읽고 함께 음미하고 함께 간직했으면 하는 간디에 대한 함석헌 선생님의 글을 여기에 옮긴다.

“간디의 길은 결코 새 길이 아니다. 예로부터 있던 길이다. 공자의 길이요, 석가의 길이요, 예수의 길이다. 그러므로 간디는 자기의 혁명은 곧 맨 처음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예로부터 저절로 있는 자연의 길, 하나님의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그로 말미암아야 한다.

그것은 새 길이다. … 이웃을 사랑하라. 자기 희생을 하라 하는 말이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히 단체로서, 나라로서 해보려고 한 일은 없었다. 개인으로서는 아무리 고상한 도덕이라도 나라에 들어가면 문제가 달랐다. 자기희생이 개인으로는 다시 없이 높은 도덕이나 그것을 국가적으로 하면 죄로 알았다. 나라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죄가 행해졌고 얼마나 많은 선이 말살당했으며 교회라, 하나님이라 하는 이름 아래 개인으로는 도저히 허락될 수 없는 살인이 아름다운 덕으로 찬양이 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때문에 개인으로는 갸륵한 눈물을 수없이 흘리게 하는 도덕, 종교가 사회적으로는 아주 힘없이 온 것이다.


- 최우선 근본가치는 생명평화 -
이제 여기 이 큰 모순의 바위에 큰 쇠망치를 내린 것이 간디다. 인제 저가 수염도 하나 없는 조그만 알몸에 개짐 하나만을 차고 사티아그라하 운동을 나섰을 때 깨진 것은 대영제국이 아니고, 이 큰 인류역사의 모순의 경계선이었다. 이제 선에 개인과 단체의 차별이 없어졌다. 개인의 경우만 아니라 단체에서도 생명은 내버림으로만 얻어진다는 것이 진리임이 증명되었다.

저 조그만 사람으로 인하여 지나간 날에 인류를 한없이 속여오던 나라요, 교회요 하는 단체라는 우상이 깨지고 말았다. 진리 앞에 개인도 단체도 없다. 이것은 인류 역사만 아니라 우주 전체의 정신이 자라나는 역사에 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우상이 아직은 채 거꾸러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우리도 이 고난의 짐을 지는 것이지만 그는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우리가 완전히 해방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경향신문 <2006-1-12>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