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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권력과 삶의 인드라망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2:15 6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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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권력과 삶의 인드라망

우희종(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근대화된 우리사회의 대표적 권력을 들어 본다면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이 쉽게 떠오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집단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며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유착관계를 형성해 사회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이들 세가지 권력에 더해서 또 다른 권력 하나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종교권력이다.


종교라는 특성 상 그 부패상이 좀처럼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더욱이 이해관계라기 보다는 믿음이라는 신념의 형태로 구성된 집단에서 생겨나는 것이기에 한번 잘못된 상황은 다시 바로 잡기가 매우 어렵다. 종교라는 형태로 자리 잡을 때 내부의 음성적 자체 부패는 일반인들 집단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또한 종교권력이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어 위에 언급한 정치, 경제, 언론이라는 세가지 권력과 유착될 때 그 폐해는 더욱 커진다. 종교적 신념 체제가 현실의 이해관계 및 세속 권력과의 야합이라는 끈끈하게 밀착된 폐쇄적 밀원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놀라는 여러 사항 중에 하나는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에서의 십자가다. 십자가 없는 도시의 밤하늘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조선 왕조에 의해 핍박받던 불교에 비해 새로운 문화와 권력층을 대변한 기독교가 이렇게 우리사회 곳곳에 자리 잡게 된 것은 현실적으로 필연이었을 지도 모른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미국 군대가 국내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 할 때, 해방 후 기득권 형성과정에서 미군정 시기, 그리고 이후 이어진 군사 독재 시절의 미국과의 유착을 고려한다면 요즘의 도심에서의 십자가 홍수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보수적 기독교는 군사독재 시절 민중과 인권을 위해 노력한 일부 기독교와는 달리 꾸준히 그 기반을 다져왔고 현 정권에서 그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1970년대 이후 미국보수사회가 추구해온 경쟁 위주의 신자유주의라는 정치경제 이념과 결합한 기독교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정권과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더욱 더 우리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세속화된 교회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력의 크기란 면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가장 큰 종교 권력이 보수 기독교임은 분명하다.


한편,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불교가 커다란 종교권력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다. 종교 세력으로 커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치권력에 의해 이용당 할 정도로 취약하다. 심지어 여당 정치인이 총무원장 스님에게 압력을 넣는 상황이 공개되어 당사자가 사과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 불교는 과거 그래 왔던 것처럼 정치권력과 유착하지 못해 애를 써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비록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한 종교와 기득세력과 야합함으로써 큰 소리 치는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은 성주괴공의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권력을 가지고 누리는 집단은 때가 되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여러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 정권에서의 주류 종교권력인 개신교에서 그러한 변화의 임계상태를 본다. 신도들과의 갈등은 물론, 교회 세습과 더불어 경영문제 싸움은 심지어 현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마저 폭력 사태가 나타났다. 고인 물이 썩는 모습이다.


결국 종교가 종교다운 것은 종교권력에 대한 스스로의 부정과 극복에 있다. 한국불교가 종교권력으로의 길을 추구하기보다는 생명과 생태적 삶을 위한 탈권력으로의 지향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취약함을 넘어서는 진정한 종교로써의 생명력은 얻기 어렵다. 아니 오히려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병들게 하는 보수기독교의 모습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최근 종단과 일부 사찰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종교권력을 만들기 위해 가야하지 않아야 할 길을 굳이 가려고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러울 뿐이다.


생명과 생태, 그리고 중생의 삶을 위해 가야할 한국 불교가 돈과 권력을 위해 이전투구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또 진행되는 생명과 생태 파괴에 눈을 감는다면, 서민의 고달픈 삶을 외면한다면, 이 시대의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삶의 파괴를 외면한다면, 그리하여 우리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종교만의 종교로 몰락하여 자폐증에 빠진다면, 그것은 스스로 부패하여 자기만족에 빠진 또 다른 종교권력의 모습이다. 우리의 삶을 떠난 종교는 자신들만의 잔치이자, 자신들만의 권력 추구에 불과하다. 이는 전형적인 상(相)에 갇힌 것이니 인드라망이라는 연기실상에 깨어 있다면 사부대중의 총체적 삶의 현장을 떠나 관념적 이야기나 정치권력에 기웃거리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이제 한국불교는 권력이 아닌 생명과 생태를 위해, 너와 나의 삶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한다.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다 해도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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