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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더 아름답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2:59 55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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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더 아름답다

허남결(동국대 윤리문화학과, 인드라망 전문위원)


 

사람은 타고난 근기에 따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은 상대적으로 어눌하지만 글이 더 좋은 사람도 있다. 더러는 말과 글이 다 좋은 사람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 잘하는 사람이나 글 잘 쓰는 사람보다는 작은 일에서나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불현듯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혹은 명성과는 상관없이 이들이야말로 인간의 몸을 받고 사바세계에 오신 불보살님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고개가 숙여질 때가 많다.

 

그래서 일까? 필자는 최근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이른바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현상을 그다지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와 같은 종류의 책은 국내외에서 이미 수도 없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은 특별히 새로운 정의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여기서 생뚱맞은 질문 하나를 던져 본다. 만약 그 책의 저자가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인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 잘 하기로 소문난 마이클 센델 교수가 아니었다면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국내에서 무려 130만권이나 팔리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사회에서 정의론의 바람이 그야말로 태풍처럼 불게 된 것은 국내의 정치상황과 독서시장의 욕구를 간파한 출판사의 뛰어난 광고전략이 적중한 결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책을 그렇게 많이 소비한 것은 한국사회의 보잘 것 없는 정의의 현실을 보고 분노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치 명품 루이비통 핸드백을 ‘개념’ 없이 소비하고 있는 작금의 왜곡된 소비자행태와 다를 바 없는, 일종의 ‘과시적 소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이 말은 그저 질시어린 비판만은 아니다. 저자인 마이클 센델도 대학 강의록을 글로 옮겨 놓은 자신의 책이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는 ‘최고’ 내지는 ‘명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빗나간 열망이 낳은 또 하나의 해프닝이 아닐까라는 섣부른 판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말인즉슨 필자는 그럴듯한 정의이론이 없어서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을 꼭 하고 싶은 것이다. 화려한 말과 능숙한 글보다는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소박한 실천의지들을 스스로 가다듬을 때 우리사회의 정의실현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임을 잊지 말자.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인드라생명공동체의 발족과 왕성한 활동은 그동안 말과 글로만 이야기되던 불교의 가르침을 새롭게 해석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회공동체의 전범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도 인드라생명공동체의 발전은 곧 한국불교의 미래적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계속 마음으로부터의 응원을 보낼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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