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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기도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3:24 5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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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기도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당신의 귀를 주시어

가냘픈 구조의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그들의 고통까지도

나의 품안에 안을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해마다 주민을 위해 애쓰는 공공기관에 작은 선물을 가지고 간다. 얼마 전 소방서에 갔더니 이 글귀가 액자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급한 김에 사진에 찍어오게 되었다. 아! 가슴이 뭉클했다. 이 기도하는 마음이 내가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전해지는 감동이 아마도 지금 당신에게도 전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잘 지키고 노력에 비해서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을 효율적이라 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칭송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청소년의 우상이 되어간다. ‘어떻게 하면 투자에 비해 이익을 많이 낼까?’라는 것을 찾고, 그 길을 찾아서 온몸과 마음을 던져서 뛰어든다. 이것이 ‘사회’라고 믿는다. 이것이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삶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런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대단하다고 칭찬을 할 수는 있어도 내 가슴이 울먹이게 하진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서 아무 이유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이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더라도 그 준비된 마음만 엿보아도 가슴이 뭉클하다.


똑똑한 사람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내가 행동을 하는데 꼭 이유와 손익계산이 필요할까? 그냥 가슴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 안 될까? 요즘은 그냥 가슴이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누군가 너! 바보 아니니? 이런 소리를 하더라도 그냥 가슴이 움직이는 데로 하고 싶다. 사실 세상은 바보들이 감동을 준다. 자식 앞에서 엄마는 마냥 바보이다. 중생 앞에서 보살은 마냥 바보이다. 바보들의 행진이 우리들의 삶에 생명을 주고 희망을 준다.

 

불교 공부는 머리로 하지 말라고 누누이 경전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호흡에 마음을 두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가슴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듣는다면 우린 모두가 관세음보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방관의 기도처럼 누군가의 어려움을 만날 때 내게도 이런 용기와 행동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세상에 바보들을 만나고 싶고 그들에게 감사해하며 살고 싶다.

 


하림스님_부산미타선원 주지, 인드라망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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