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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44 58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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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꽃이 진 겨울 산사는 적요합니다.


하늘과 나목만이 정연한 산사를 거닐며 나는 문득 그 한 때 아름다웠던 꽃들의 자태를 떠올립니다. 저 나목 사이 한 송이 꽃이 피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은 있음과 없음 그리고 시간을 뛰어 넘어 나를 서성이게 합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돌립니다. 이 겨울에 꽃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의 계절은 지나갔고 지금은 마른 나목들이 서서 겨울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만회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에 대하여 불행을 느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만회하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에 대하여 불행을 느껴 무엇 하겠는가?” <입보리행론>을 읽다가 만난 구절입니다. 우리는 사실 불행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회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만회하면 되는 것이고 만회할 수 없는 것이라면 잊으면 그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불행해 합니다.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결코 놔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 때 투자했어야 하는데, 그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했어야 하는데, 아, 그 때, 그 때.......”


하지만‘ 그 때’는 봄날의 꽃처럼 지금은 없는 때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 때’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두고 후회하고 괴로워합니다. 마치 만회할 수 없는 것을 후회 하고 불행해 하면 다시 만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그 때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집착은 언제나 불행을 나을 뿐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그 때가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흘러간 물에 두 번 발을 담굴 수 없듯이 우리는 두 번 다시 그 시간대에 설 수 없습니다. 그 때에 대한 안타까움은 곧 불행이 되고 새로운 시작의 길을 지워버리게 됩니다. 내게도 물론‘ 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놔두려고 합니다. 나는 이제 그 때가 아니라 ‘지금’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전스님_불교귀농학교 교장

삶의 소중한 가치,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삶 등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글들을 쓰시는 작가이자,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처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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