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3배
성전스님(인드라망 전문위원, 불교귀농학교 교장선생님)

 
삶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말이 없고 그냥겸손하게 웃으며 진실을 내 보이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한다. 너무 자신 만만 하고 매사에 분명한 사람은 잘난 사람일지언정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다. 잘난 사람 곁에서는 어떤 이질감을 느끼지만 아름다운 사람 곁에서는 따뜻함을 느낀다.

내가 꿈꾸는 것도 역시 아름다운 수행자이다. 너무 고고해 다가서기 어려운 수행자가 아니라 그냥 따뜻하고 겸손해 누구라도 편하게 다가서는 수행자 이고만 싶다. 어쩌면 나의 이러한 마음은 산에 들어 더욱더 확고해진 것만 같다. 산에 들어 하루하루를 살면서 삶의 둔각이 가지는 넉넉함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무던히도 이해하고 무던히도 인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 내게는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진실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직은 없다. 그리고 타인을 섬기는 지극한 마음 역시 아직은 없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남을 위해 무언가를 절실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내 삶이 진실에 다가서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온 마음을 다해서 타인의 아픔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삶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리고 지극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섬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냥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어쩌면 아름다운 삶은 그만큼 감동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삶과 만나 눈물을 흘릴 때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맑아지겠는가.

 부처님 오신 다음 날 늦은 밤에 처사님 한 분이 남아 절을 했다. 부처님 오신 날부터 그 다음 날 까지 정말 열심히 일한 분이었다. 등을 달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그 일을 그는 웃으며 즐겁게 해냈다. 다음 날 등을 떼고 마을 아래까지 걸린 등을 철수하는 일을 마치고 나서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절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말렸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의 약속이라며 절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밤 열시가 넘어 그는 절을 하기 시작했다. 창호지 위에 어리는 그의 절하는 모습을 나는 안스러운 마음에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창호지에 그려지는 그의 한 배 한 배 절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나는 삶의 진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편하고자 하면 진실은 없고 어려워도 능히 하고자 할 때 진실은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진실은 보살의 마음인 셈이다. 그의 절하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나는 하품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거사는 절을 하고 중은 잠이 드는 부처님 오신 날 다음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내게 삼배를 하고 싶다고 했다. 1080배 가운데 나와 아내에게 올릴 절 6배는 남겨 두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삼배를 받았다. 그 삼배는 기실 1000배와도 같은 것이었다. 삼배를 받으며 나는 눈시울이 젖어드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그날 아침 한 삶에게서 가장 많은 절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받은 절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기도 했다.

그는 그날 내게 삼배를 올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마지막 삼배를 올렸다. 남편의 삼배를 받으며 아내도 남편을 향해 삼배를 올렸고 엄마 아버지를 바라보던 아이들도 삼배를 올렸다. 그날 그 가정에는 감동의 눈물이 넘쳤을 것이다. 존경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하심 보다 더 큰 감동이 어디 있겠는가.

절은 나를 낮추어 이 세상 모든 것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절은 바다와 같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모든 물결들을 섬기지만 넘치지 않는 바다. 절은 그와 같은 것이다. 마음으로 절을 하고 몸으로 절을 하라. 그러면 우리 가장 아름다운 진실과 감동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