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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인문학, 왜 마음인가?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3:12 78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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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인문학, 왜 마음인가?

이남곡(논실마을학교 이사장, 인드라망 전문위원)



인드라망 가족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우리 동네 삼거리가 노란 단풍잎으로 예쁘게 포장이 되고 있군요. 아마 여러분께서 이 글을 보실 때 쯤이면 겨울이 깊어가고 있을 것 같네요.


요즘 제가 살고 있는 전북 지역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새로운 협동조합법이 발효되고, 정부 특히 일부 진보적인 지방자치 단체장이 적극적이다 보니 좋은 외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바람 속에서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야만적 질서 대신에 자기 실현의 노동에 의한 생산력이 바탕이 되는 따뜻한 생산 관계에 대한 염원은 대다수 국민의 한결 같은 꿈일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새로운 생산 주체들이 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둘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더 좋겠지요.


협동조합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소규모의 생산협동조합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인간적 경제 질서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번 어떤 모임에 갔더니 벌써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여성 여섯 분이 카페를 만들 꿈에 부풀어 있더라구요. 줄잡아도 2억원은 드는데 혼자는 엄두가 안나지만, 함께 출자하니 가능하고, 또 모두가 주인이 되니 온전하게 그 이익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20여년 전부터 생산자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고, 여러모로 시도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면, 농협 같은 관제협동조합은 논외로 하고, 신용협동조합이나 한살림, 아이쿱, 두레 같은 생활협동조합들은 나름대로 진화해 왔습니다만, 생산자 조합은 성공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협동조합이라는 하드웨어 못지 않게 ‘원활한 의사결정’과 ‘좋은 생산력’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즉 마음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의사결정과정에서는 모두가 주인 역할을 하려고 하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 이루어지고 때로는 사이마저 나빠져 갈라서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생산력의 분야에서는 마치 주인이 없는 것 같이 되어서 생산력의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져 경영의 지속이 어렵게 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절실한 필요를 공감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음이 맞다는 것은 장밋빛 전망에 의기투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일상적으로 자각하여 동료와 잘 소통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마음을 다하여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려는 마음이 서로 같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가 연습된다면, 협동조합이 성공할 뿐 아니라 덤으로 인간 자체의 높은 성숙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게 될 것이구요. 이것이 협동조합의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면 관계로 자세한 말씀 못드리지만, 공자의 무적무막(無適無莫)이나 충서(忠恕), 원효의 비연비불연(非然非不然)이나 개합자재(開合自在)입파무애(立破無碍)와 같은 화쟁정신이 현실 속에서 녹아나길 바랍니다. 특히 인드라망 가족 가운데 생산자 협동조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는 모델들이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긴 겨울 아무쪼록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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