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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의 봄맞이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3:17 68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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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의 봄맞이


   

입춘, 설이 지나고 내일 모레가 우수다. 요즈음 심각한 기후 변화와 세계적인 경제위기, 중국과의 FTA 준비, 새 정부 출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정황들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특히 기후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폭한, 폭설, 폭우 등 올 겨울 날씨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섭고 불안하다. 겨울 날씨가 올해 날씨를 좌우한다고 한다. 겨울이 추우면 여름이 덥다. 벌써 올 농사가 시작되었다.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고추 모종이 제법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연의 힘이란 것이 대단하다. 눈 속 보리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고 겨울을 이겨낸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흙 속의 미생물이 살아 움직이고 시냇물의 소리가 제법 커졌다. 원래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농사 기술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은 세종의 명에 따라 1429년에 정초가 편찬한 농서이다. 농사직설은 주곡 중심의 간단한 농서로 15세기 초에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이었음을 반영한 책이다. 농사직설은 15세기 초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농법을 체계적으로 풀이한 농서로 늙은 농부들이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15세기에 이미 종자 고르기에 물의 비중을 이용한 수선법, 논의 객토, 지력 증진을 위해 녹비를 재배하여 갈아엎어 비료로 쓴 것 등은 조선 시대의 농사 기술이 어떠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기농업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온 새로운 농법이 아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전통 농업은 유기농업이었다. 땅심을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산의 낙엽, 들의 풀, 집에서 나오는 찌꺼기, 부엌의 재, 쌀 씻은 뜨물, 사람과 가축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하나 버리지 않고 땅의 힘을 키우기 위해 재활용하였다. 우리 선조들의 농법은 생태순환농업이었고 물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각종의 유기물을 활용하는 농법이었다. 현재의 유기농업은 전통 농업과 현재의 과학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농업이다. 유기농업은 현재의 생산력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 중심의 농업이다. 유기농업의 기술은 실험실에서 나오는 기술이 아니라 바로 현장 농민의 손발에서 나오는 기술이다. 현장 농민의 논과 밭, 손과 발에서 나오는 기술이야말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올해에는 농민들의 몸과 마음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농사직설에서도 늙은 농부의 기술을 정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올 한 해도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 온 늙은 농부들의 기술을 많이 알려주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현대 우리 사회가 잘 먹고 잘 사는 밑바탕은 늙은 농부의 힘이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늙은 농부의 기여를 모두 잊어버렸다. 오천년 역사 이래 이웃 중국보다 더 잘살게 된 것은 최근 몇십 년이다. 지금은 힘없고 병들어 있지만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들이 지금처럼 살 수 있었겠는가. 2013년에는 늙은 농부들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대접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태근_흙살림운동을 통해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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