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네를 걷다 > 마을공동체

본문 바로가기

인드라망 아카이브

가을, 동네를 걷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22 750 0

본문

가을, 동네를 걷다

 


따사로운 햇살 만큼

느긋한 오후다.

 

다닥 다닥 붙은 집들

산동네의 큼큼한 냄새가

스며 나오고

낮은 지붕들 사이로

새로 지은 맨션들이 삶을 가른다.

 

고운 햇살과 적당한 습도

달디단 낙엽의 빛깔을 온전히

즐길수만 없는

삶에 대한 연민과 아픔

 

팍팍해지는 가슴이 시려

견디고 견디는 삶

바람과 햇살도 비켜가는

지하방 살이

 

그들의 외로움은 나의 부채감

 

산비탈 같은 동네를 오르면

오래된 집들 사이로

드문 드문 감나무가 물들고

틈틈이 생명들이 알곡을 여민다.

 

동해 바다 같은 하늘빛

잘 익은 가을 향기

적당한 바람과 햇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나도 이들을 닮고 싶다.

 

(2014. 10)

 


이향민_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집행위원장

세상 모두가 더불어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하여 인드라망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