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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춤
  글쓴이 : 현미쌀     날짜 : 18-02-28 00:04     조회 : 344    

농사일지&농사일기 / 2018. 2. 27 / 일과 춤

 

오전

고추 가식묘 밭 만들기

- 하우스 안 마른 잡초 걷어내고 태우기

- 밭 만들기

 

오후

포트와 상토(고추모종 옮겨심기 용) 사러 인월 다녀옴(포트 없어서 못 삼)

퍼머컬처사업계획서(한생명) 검토

감자밭 만들기

- 비닐멀칭 걷기/버리기(상황마을)

- 트렉터로 밭 만들기

- 돌 고르고 쓰레기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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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3인방은 오늘 아침 첫 출근하여 9시쯤 농장사무실에 차 한 잔 앞에 놓고 둘러앉았다. 의제샘께서 잠깐 명상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자셨다.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신 듯 반갑고 기뻤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좀 쑥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분 타이머 맞춰놓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종이 치지 않는 것이었다. 핸드폰이 잘못 되었나 살짝 눈을 뜨고 살펴보았다. 아직 4분이나 남았다! 마치 30분 같은 10분 명상을 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의제샘도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단다. ‘우리가 아직도 약간 긴장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어색함, 낯선 상황 등이 시간을 길게 느끼게 만든 요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불어 시간의 길이가 절대적이 아님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누구와 어디에 있는지가 시간을 늘이기도, 줄이기도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두 샘들이 마술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의 길이를 다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시간을 늘이거나 줄이거나 할 수도, 어떤 공간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는 신비한 존재인 것이다.

 

오늘 할 일을 정한 후 밭에 나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내일 올 고추모종을 놓아둘 수 있도록 하우스 정리를 했다. 마른 풀을 긁고 모아 밖으로 꺼낸 후 불태웠다. 하우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풀을 긁어모으고, 다시 저 끝에서 이 끝까지 모았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 거의 말도 않고 묵묵히 갈퀴질을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오고 갔다. 가능하면 생각을 멈추고 행동에 집중하려 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마치 명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제샘께 말씀드렸더니 행동을 알아차리면서 해보라고 하셨다.

일도 하고 명상도 하고 마음도 편안해지고. 뭔가 좋은 것만 있는 것 같지만 함정도 있었다. 그 편안하고 좋은 기분에 빠져 마치 세상에 나만 있는 듯 천천히 일을 했다. 문제는 일을 묵묵히, 하지만 너무 느리게(ㅜㅠ) 한다는 것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생각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하며 긴밀하게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없이 내 할 일만 한다는 것, 그러니까 나 혼자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것이다.

명상 같은 것이 그 순간 편안함과 행복감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점에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은 일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명상할 땐 기분 좋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일은 하나도 안 되어 있고, 결국 농사는 망하고, 배를 굶으면 그것이 어떻게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부처님도 그래서 선정수행 그만두었나?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부처님은 무지 심각한 고민을 안고 왕궁을 떠났다고 들었다. 그런데 선정수행 하는 동안은 좋은데 그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결국 버릴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 부처님 걱정할 때가 아니지. 앞으로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데서 오는 감정적 이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전체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겠다. 또 일을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오후엔 감자밭을 만들기 위해 비닐멀칭 걷는 일을 했다. 비닐을 세게 잡아당기면 찢어지고 너무 살살 잡아당기면 흙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태준샘은 비닐을 살살 달래며(!) 흙 속에서 빼내야 한다고 했다. 흙과 나와 비닐과 태준샘의 공동작업 같았다.

비닐을 잡아 빼면 그 순간 흙도 함께 날아올라 내 얼굴과 몸을 때렸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흙을 피하려 어푸어푸! 했다. 태준샘이 나더러- 바람을 맞으며 일하니까 흙을 다 뒤집어쓰는 거라며 바람을 등지면 비닐이 앞쪽으로 날려 일도 편하고 흙도 안 맞는다 했다. 해보니 정말 그랬다. 아까는 바람은 적이고 내가 하는 것은 일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느낌이 들었다. 흙도, 검은 비닐도 춤을 추고 나는 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손놀림 몸놀림 하는 것 같았다. 바람과 흙과 비닐과 나의 합동공연.

이렇게 생각이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한 마음 돌이키면 일이 춤이 되는구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일은 춤이고 모든 존재는 춤파트너, 친구. 동료 아닐까. 그런데 잘 못 알고 잘 못 봐서 일이나 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일어나서 아침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씻고 쉬었다. 하루 삶이 참 단순했다. 마음이 편하다. 계속 움직인 덕에 몸이 약간 피곤해 꿀잠 잘 것 같다. 특별한 일은 없는데 뭔가 참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

 



인드라망   18-02-28 09:07
미선쌤 글 너무 재밌어요~ 농사일기 기다려집니다!ㅋㅋ
     
현미쌀   18-03-01 22:42
재미있게 봐주어 고마와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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