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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 빗물이라는 이름의 절기
  글쓴이 : 현미쌀     날짜 : 18-02-28 23:14     조회 : 468    

농사일지&농사일기 / 2018. 2. 28. . 종일 봄비 / 우수, 빗물이라는 이름의 절기

 

오전

농장 (마당) 정리

  - 쓰레기 버리기/분리수거 등

 

오후

고추모종 옮겨심기(3000)

  - 고추모종을 작은 포트에서 큰 포트로 이사시킴

  - 하우스 안, 모종 위에 보온용 작은 하우스 만들기

  - 고추모종에 물주기

 

농장실무드림팀 첫 회식(단합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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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비가 내렸다. 지금은 절기상으론 봄의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 빗물(雨水)이라는 이름에 맞게 정말 비가 내리니 신기하다. 얼마 전까지 마음까지 얼릴 듯 시린 날들이 오가고 눈도 내렸는데. 정말 세상 모든 것은 쉼 없이 변하는 구나. 하지만 무작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변하고있구나.

그리고 절기 이름이 빗물이라니. 참 낭만적이다. 우리 옛 어른들은 농부시인이었나 보다. 생명을 기르고 자연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제 농장을 둘러보며 의제샘이 지금 가뭄이 심하잖아요라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이야기 하듯 말씀하셨는데 난 사실 몰랐다. 지금이 가뭄인 줄. 농사를 짓지 않으면 자연과 이렇게 동떨어져 살게 되기 쉽다는 걸 새삼 느꼈다. 다른 존재의 타는 목마름에 무심하고 무지하고, 그래서 세상과 존재에 대해 무식한 채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봄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생명을 싹 틔우겠지. 그와 더불어 이 비에 나의 무식함도 씻겨 갔으면.

 

오후엔 하우스에 쪼그리고 앉아 세찬 빗소리를 들으며 고추모종 3000주를 작은 포트에서 큰 포트로 옮겨 심는 일을 했다. 하우스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커서 마치 빗속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 아니면 바라보는 것이고 정 할 수 없을 때만 우산 쓰고 마주하는 그런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빗속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자연 속에 있는 느낌, 자연이 된 느낌이랄까.

그렇게 빗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의제샘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추모종을 옮겨 심었다. 의제샘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처럼 흥미롭기도 하고 스님 법문처럼 몰랐던 걸 깨닫게 하기도 했다. 손가락이 약간 시렸지만 일도 마치 놀이처럼 재미났다. 놀 듯 일하고 재미난 이야기와 정신 번쩍 드는 법문까지 들으니 일석 삼조다.

 

우리가 매일 명상도 하고 좋은 마음으로 심으니까 잘 자라겠죠?”

되고 안 되고는 알 수 없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 해 할 뿐이지.”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대강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샘의 이야기를 들으며 , 그렇구나!’ 싶었다. 우리에겐 추수가 결과고, 농사가 잘 되는 것이 성공이고 완성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 매 순간이 과정이자 결과였다. 지금 마음을 다해 심는 것이 성공이고 완성이며, 만약 멍 때리거나 귀찮은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것이 실수고 실패고 시간낭비였다. 한 순간의 삶은 전 인생 여정의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전체이고 완전하며 완결성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마음나누기를 할 때 약간 감상에 젖어 빗소리와 함께 들었던 이 이야기를 했다. 법문 같았다는 소감과 함께.

다음은 태준샘이 마음 나누기 할 차례. 쌤은 오늘 약간 서운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침과 오후에 두 번이나 말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차!’ 싶었다.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또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바로 옆 사람은 속상해 있는데 전혀 몰랐다. 내 행동에 잘못이 있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몇 시간이나 같이 있었는데 샘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존재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남들에게 말하고 스스로도 그렇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머릿속 상상으로만 그려 온 것이 아닐까. 스스로 그런 줄 착각하고, 감상적 자기도취에 빠져 살았던 것이 아닐까. 부끄럽고 괴로웠다. 나는 내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의 세계 속에 갇혀 사는 어항 속 물고기 같다 생각했다. 나는 과연 나(자의식/에고)라는 틀을 깨고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대면할 수 있을까?

이런 나와 달리 의제샘은 고추모종을 심으며 태준샘을 생각했다고 한다. 우린 이렇게 함께 일하니 지루한 줄 모르고 즐겁게, 쉽게 일했다. 하지만 그동안 태준샘은 혼자서 얼마나 힘들게 일했을까-를 생각하셨단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태준샘은 그 많은 고추모종을 혼자 심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말씀하시는 의제샘 이야기를 들으며 부끄럽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의제샘처럼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그 따뜻함이 부러웠다.

오늘 저녁엔 농장실무드림팀(후후^^)의 첫 회식/단합대회를 했다(^0^). 우리는 소통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어디 가면 어디 간다고 서로에게 잘 알리기로 했다. 서운하거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으면 그것도 터놓고 잘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많이,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내가 휴대폰 요금을 인터넷 무제한으로 바꾸기로 했다(카톡을 언제든 보내고 확인할 수 있게-/오천원만 추가하면 된다).

요금제를 바꾸는 것은 아주 작은 노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조금조그만 노력들을 하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다른 이들에게 (말로만, 머리로만 말고)진심으로, 진짜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봄비가 사뿐히 내려앉아 대지에 스며들 듯 나도 세상과 존재들에게 시나브로 다가가 나인 듯 느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왔으면 좋겠다.


서만억   18-03-01 08:52
잘 읽었습니다. 글이 참 편하네요. "드림팀"... 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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