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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6호] 살아가는 이야기 - 윤용병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55 7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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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귀농학교 17기, 올해의 마지막 정기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송년회인 셈이지요.

떡도 맞춰 놓고 폰메일도 보내고 직접 전화도 하고. 회향식 이후에 열세 번째 갖는 정기모임입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모였던 거지요. 다음주에 만나게 될 17기 도반님들, 한분 한분의 얼굴이 다정한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지난해 겨울.

불교귀농학교는 함께 했던 우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만남의 장이었습니다. 인드라망과의 만남, 농적인 삶과의 만남,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과의 만남. 그 짜릿하고 가슴 벅찼던 만남의 순간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두근거리게 만든 또 하나의 중요한 만남은 3개월여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고락을 함께 했던 17기 도반님들과의 만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해 모이기 시작한 17기모임은 이렇게 시작되었지요.  



졸업후 세 번의 정기모임은 지속적인 모임에 대한 자신감과 서로간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는 알차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동력은 지금까지 모임을 가능케 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3월, 일산에서 무경운으로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하는 마실님 농원에서의 모임. 4월, 음성으로 귀농하신 17기 박영식 둘째 형님(17기에는 네 분의 형님이 계십니다) 농원에서의 감자심기 모임. 5월, 화천 김골지기님 댁에서 가졌던 집짓기 모임. 어느 모임 하나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은 모임이 없었으며 모든 체험이 신기하고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지요. 그렇게 햇빛 가득한 봄날은 갔습니다.



여름

6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화천 김골지기님 댁을 두 번째 방문했습니다. 칡순 효소도 담고 어둠이 내린 후 촛불을 밝히고 막걸리를 기울이며 밤늦게까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며 우리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지요. 인드라망과 함께 하자. 실상사귀농학교, 불교귀농학교 선배님들을 우선적으로 방문하자. 가까운 곳을 먼저 방문하자. 그런데 쉽지 않더군요. 8월에서야 실상사귀농학교를 졸업하신 분 중에 보은으로 귀농하신 김종덕 선배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함께 흘렸던 땀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꼭 한번 찾아 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을

봄에 뿌린 씨앗을 가을에 수확을 하듯 지난 9개월 동안의 활동들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새로운 계획을 준비했던 가을모임은 우리들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인드라망 가을한마당’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많은 17기 도반님들이 한 달여 자원활동가로 참여하여 귀농장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음은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였던가. 가을한마당을 마치고 돌아가는 귀농자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시 겨울

다시 겨울입니다. 졸업한 지 1년. 기억에 남는 즐거운 일,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한편으로 여러 곳을 방문하여 많은 분들과 얘기하고 일을 하면서 많은 고민과 흔들림도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농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농촌에 살던 도시에 살던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는 우리들의 뜻을 꺽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가슴에 새긴 나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겸손하게 더 낮은 곳으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야 함을 다시 깨닫고 몸으로 실행해야겠지요. 바로 지금 여기, 바닥에서 17기 모임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17기 도반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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