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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6호] 인드라망 소식 - 실상사 농장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8 00:02 7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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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농장



눈 내린 겨울엔 모든 것이 한눈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옵니다. 농장 앞 배추밭이 그렇고 논김 맬 때 한정 없던 앞 다랑이 논들이 한손에 잡힐 듯 작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가으내 모두 털어 낸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잡다한 것들을 모두 쌓인 눈 속에 감춰둔 이유겠지요. 이러한 풍경 속에서, 숨을 곳도 먹을 것도 귀해진 새들의 부산한 움직임만이 겨울 농장의 한가로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순엔 짧고도 굵게 영농평가와 총회를 끝냈습니다. 예년과 비교해서 나름대로 경작도 그만하면 잘 된 편이고 소득도 웬만큼 만족스럽다는 평가였습니다. 벼농사와 밭농사가 잘 어우러져야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것이 시골일인데 곡우 지나 망종, 하지까지는 오줌 누고 뭐 챙길 짬도 없이 바빴던 시절을 더듬으며 내년 농사 때는 인원과 일을 잘 경영해서 보다 수월하게 지어보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또한 서로 생각과 일머리가 달리 돌아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매듭들을 푸는 자리로서도 뜻 깊은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 농장은 잔설 인 지붕 새로 고드름 물 듣는 한 낮 그것처럼 느긋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한 중에도 궁시렁궁시렁 한명은 왕겨훈탄 밑불로 쓸 대나무를 쪼개고 있고 다른 쪽에선 건너편 자재하우스 파쇄기에 언 발을 꼼지락거리며 깻묵을 부수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선 총회자료를 정리하고 내년부터 구동예정인 농장 홈페이지 콘텐츠 자료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화목보일러에 들어갈 땔감도 쉼 없이 만드는 일도 잊지 않고 있고요. 모두들 일은 없어도 부산을 떨기는 가을걷이 전과 마찬가지네요.


총회가 끝나고 인사변동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 대표직을 맡았던 김현중 님이 개인사정으로 농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최석민 님이 내년 상반기에 안식년 휴가를 갖기로 했으며 마찬가지로 김영수 님이 개인 집짓는 일로 당분간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농사의 경험 많은 선배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에 전념하지 못하게 되서 남아있는 식구들은 눈 쌓인 겨울 지리산이 그렇듯 내년이 바로 앞에서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이상 실상사농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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