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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가을호(통권 195호)_만일결사_문명전환 지리산 만일결사 손잡고 같이 넘어갑시다 ― 김한나

인드라망관리자
2023-11-02 10:57 17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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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전환 지리산 만일결사 – 손잡고 같이 넘어갑시다


 문명전환 지리산 만일결사가 7월 31일, 오늘로 1136일 차입니다. 2020년 6월부터 코로나의 공포로 전 세계가 우왕좌왕할 때,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원인이 실제와 맞지 않는 잘못된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으로 가자는 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때보다 완화되었지만, 더욱 심각해진 기후재난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넘어가야 할 문제의 원인은 여전합니다. 

 2차 천일결사는 문명전환의 길찾기를 부제로 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망 산내 도량에서는 전환된 문명으로서 한 몸 한 생명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사부대중 공동체의 일상을 부지런히 가꾸며, 공동체를 찾아오신 분들도 이런 일상을 경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불교를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배우고 익히며 살고 있습니다. 다르마(dharma. 불교 삼보의 하나로 부처님이 가르친 진리를 가리키는 불교 용어)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고 삶을 정렬합니다. 행위하는 대로 되는 본래붓다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애써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결사의 사회화와 대중화의 소임을 맡은 사람들은 다른 마을공동체와 협력하며, 전북 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며, 사회적 대안과 결사의 대중화를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만일결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팀의 일원입니다. 전 지구적 변화에 우리의 만일결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지면을 빌어 만일결사에 대한 저의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살펴보기를 좋아합니다. 일종의 취미이기도 합니다. (사서 읽지는 않습니다.^^;;) 생태, 뇌과학, 명상, 불교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기후위기 책을 관심 있게 보는데, 올해 나오는 신간부터는 2030년까지 1.5도씨를 사수하자는 내용의 책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탄소 발생을 관리하여 이전의 생활양식을 유지하자는 전략은 아마도 점점 선택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적응, 재난, 미래에 대한 전 지구적인 기획과 관련된 책이 더 많이 변역되어 출판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7월 한 달간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이곳 산내면에서도 실상사 앞의 만수천이 넘칠까 전전긍긍하며 보낸 하룻밤이 있었습니다. 무섭게 쏟아붓던 집중 호우와 산사태가 지나가니 매일 폭염 경보 문자가 날아옵니다. 지구를 정복한 듯 굴었던 인간의 자만심이 한없이 쪼그라드는 모습을 목격하는 시간입니다. 이 거대한 자연의 꾸짖음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속수무책인지요. 흙으로, 물로 인간의 서식지를 쓸어가 버리고 초토화시켜 버리는 지구의 위력을 보며, 걱정할 것은 지구가 아닌 우리 인간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구는 아마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창조와 진화의 작업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전처럼 말이죠. 

 대안을 찾는 일이 바르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사는 삶이 때로는 중력을 거스르는 일처럼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더욱 빈번해진 자연재해를 목격하며 지구가 갑자기 거대한 주체로 눈에 들어옵니다. 살기 위해서 적응해야겠구나, 지구생명공동체의 리듬을 잘 관찰하고, 그에 맞게 살아야겠구나 하며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세상을 고치고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아주 겸손해졌습니다. 지금은 내 생존을 위해서, 자아의 생존을 위해서도 지구생명공동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불안하면서도 매우 오묘한 상황입니다. 

 지구를 정복하여 인간의 자원창고로 만들겠다는 상상력이 이 아비규환을 만들어냈지만, 상상을 현실로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은 여전히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상상해야 할까요? 우리가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어 보입니다. 재야생화되는 지구의 리듬에 맞춰 생명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지, 아니면 그에 저항하며 지구를 정복하려 애를 쓰며 쓰레기산 위에서 연명할지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죽음이 너무 만연합니다. 인생의 유한함에 무지하고, 스스로를 과신하며 한껏 스스로를 펼쳐가는 속성을 가진 청춘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오를 수 없는 계층의 사다리 앞에서의 절망과, 기후재난 앞에서의 불안으로, 기다리고 버티면 삶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청춘들이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병든 현상 중 하나이겠지요. 이 또한 재난입니다. 

 우리가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가는 욕망의 조건이 만들어질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무엇으로 채우게 될까요? 불안정해진 기후는 앞으로 어떤 재해를 가지고 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재난은 일상화될 것으로 예견합니다. 산업 문명은 우리가 전환하지 않아도 이제 그 생명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도 아마 지구의 역습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고, 무엇이 태어날지 알 수 없는 나날을 어떻게 불안에 압도당하지 않고 맞이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때입니다. 

 대담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아마 아주 어려운 시간이 되리라 예측합니다. 가까이 지내며 상의하고, 함께 어려운 감정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 대응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어야 그나마 서로를 돌보는 괜찮은 일상을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잡는 생명이 많을수록 우리의 생존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주할 안전한 곳을 찾기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부터 함께할 동료를 찾아가는 길이 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롤러코스터처럼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 태어날 가능성의 문이 더 크게 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더 많은 생명과 연결되고, 지구생명공동체의 일원으로 동참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배우려고 합니다. 가슴에서, 그보다 더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나침반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무엇이 나를 통해 드러나고자 하는지 나는 모릅니다. 최대한 귀 기울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삶의 방식은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무엇이든 다 알아야 내가 안전해진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하면 만일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등불이 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함께 손을 잡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건물에서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고 있고, 오늘은 어제와 다름이 없고, 내일은 오늘과 다름이 없을 거라 믿으며 재테크와 노후 대책, 자녀 입시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한가한 과잉 걱정 분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절거리다 보니, 잘 준비되는 여부와 관계없이 걱정하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장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걱정하는 우리가 만난다면 좌충우돌하겠지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요. 걱정스럽고 불안하지만, 또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강렬한 느낌이 드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염려가 나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같은 고민으로 이야기할 날이 멀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한나

지리산 실상사에서 살고, 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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