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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가을호(통권 195호)_붓다공부방_초록별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연대 활동을 제안하며 ― 석승억

인드라망관리자
2023-11-02 10:58 17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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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연대 활동을 제안하며


 최근 기후위기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며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 한국은 1903년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겪었으며, 올 7월엔 이 기록도 갈아 치웠다. 이제 우리나라 기후도 동남아 기후로 이동하며 이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7월 17일 기준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집이 부서지거나 도로가 무너지는 등 시설물이 망가진 사례가 1천 건이 넘었다. 40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으며 3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로 농수산물 생산과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식량 문제가 예상되고, 생태계 교란으로 해충과 병충해 등의 안전 문제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구의 기후는 변화 수준을 넘어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기에 기후변화보다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해왔지만, 현재는 기후재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후재앙은 지구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물 부족 현상 등 기후재앙이 불러온 변화가 글로벌 에너지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 문명의 최고점에 서 있는 현대사회는 기후재앙 앞에 갈 길을 잃은 형국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겪고 있는 기후재앙은 이제 강 건너 남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응책이 절실하고 간절하다. 이제 우리는 기후재앙을 모두의 문제로 인시하고 연대와 협력 방안을 고민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지구촌 모든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환경보호와 관련된 사회적 담론과 다양한 대안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같은 시대적 문제 앞에서 우리 실상사 활동가들은 2023년의 시작과 함께 광주 선덕사에 모여‘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 실상사 만일결사’라는 이름으로 3일간의 동안거를 함께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저출산, 불평등과 기후재앙, 쓰레기, 자원 고갈 등 수많은 문제가 미혹 문명의 결과라는 인식에 따른 해법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모임이었다. 

 동안거 결과는 2047년 11월 6일 만일 회향일까지 미혹의 문명을 깨달음의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나름의 운동에 결의하고, 뜻을 함께하였다. 결의를 실천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3년 3월 18일 천일을 회향하면서 다음 천 일이 되는 2025년 12월 12일까지 ‘천일붓다행자’ 공부 모임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덧 그 천 일의 십분의 일인 백 일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틱낫한 스님의 책, ⟪갈등을 해결하는 7가지 방법⟫을 공부하였다. 이 책은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을 넘어 지구촌의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공동체를 만들고 가꾸어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250가지 계율 중 대중 생활에서 논쟁과 대립을 없애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깊이 새기고 공부할 내용은 많지만, 분쟁을 해결하는 7가지 방법을 읽고 간단하게라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1. 당사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회의에 분쟁 당사자가 모두 모여 각자의 고통을 꺼내놓는다. 이 과정에 함께하는 대중들은 말없이 깊이 듣기로 함께한다. 이 과정은 묻고 답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는 말하고 대중은 듣기만 한다. 어떤 이야기에 대한 지지와 찬성, 비난과 반대의 자리가 아니다. 마음을 털어놓고, 깊이 듣기로 편견 없이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 비록 아무런 결론에 다가갈 수 없다고 해도 깊이 듣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누적된 긴장과 오해를 풀 수 있다. 


2. 전모를 회상하며 설명하기

분쟁 당사자는 조용히 분쟁 과정을 회상하고, 가능한 한 세세하게 갈등의 근원까지 이야기한다. 첫 번째가 생각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라면 두 번째 과정은 회상을 통해 고통이 생겨난 원인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고통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을지라도 자신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지혜롭지 못한 대처가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과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등불을 비추어 준다. 그래야만 고통의 원인이 상대에게만 있다는 편향된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자각할 수 있다. 


3. 당사자들의 정신병 확인하기

분쟁 당사자 모두 정신병이 없는 온전한 상태인지를 판단한다. 만약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4. 자신들의 무지를 고백하기

대중들에게 고통과 해를 끼친 분쟁 당사자들은 자기 말이나 행동이 지혜롭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서로에 대한 비난은 분쟁을 증폭시키고, 잘못에 대한 고백은 화해와 용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를 확대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언제나 후회되는 일을 먼저 고백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할 수 있다. 


5. 분쟁조정위원회 구성하기

분쟁과 잘못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과정은 분쟁 당사자와 합의된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모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권한을 위원회에 위임하고, 지혜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6. 다수결로 결정하기

분쟁조정위원회의 보고서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종결되었음으로 누구도 다시 거론치 않는다. 불교에서는 만장일치를 더 선호하지만, 수행 공동체에 귀의했다면 자신의 관점을 버려야 한다. 다수의 다른 의견을 가진 벗들에 대하여 끝까지 자신의 견해를 고수한다면 공동체는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7. 총사면 선포하기

회의를 소집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큰 스님을 초청한다. 그러면 그분은 “우리는 모두 한 형제, 자매입니다. 우리는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총사면을 선언합니다.”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상대의 고통을 지켜볼 필요가 없다. 


 지구촌 공동체의 모든 문제도 이런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도한 자원개발과 화석연료 사용, 공해와 쓰레기 문제 등은 대부분 북반구에 속한 선진국이 만들었지만, 남반구에 속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연대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발생하면 선진국은 이를 복구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지만 많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상황이 열악하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억울한 피해와 연대책임이 불가피하지만 달리 대안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와 같은 국제적 문제도 서로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야기하고 깊이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포함된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한쪽에선 일방적으로 방류를 밀어붙이니, 다른 한쪽도 무조건 결사반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 자기 고집만 앞세우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서로 이해하고 공동체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 실상사 만일결사’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많은 사람의 뜻이 모여야 하고, 그렇게 만 일을 회향할 수 있다면 아직은 초록별인 지구의 모습도 달라질지 모른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초록별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연대 활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처음 이 운동은 만일결사를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이 행동하는 ‘만인결사, 만인운동’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천 일 동안이든, 만 일 동안이든 어떤 일을 이어 나가려면 동참하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에서 ‘만인결사 만인운동’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튀어나왔다. 그러나 종교나 정치, 사상 등의 서로 다른 이념을 뛰어넘어 좀 더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운동으로 이어가기 위해 ‘초록별 연대’라는 이름으로 임시 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서둘러 공개하려는 마음은 접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더 많은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환경단체가 오늘도 열심을 다해 초록별 지구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알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이름을 가진 새로운 단체가 아니라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많은 단체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연대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더 많은 단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이 단 하나의 ‘초록별 연대’가 아니라 제2, 제3의 더 많은 ‘초록별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2047년 11월 6일, 만 일을 회향하는 그날이 오면 우리가 기후위기를 더는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나라들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와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데 성공했으면 좋겠다.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산림 경영과 바이오매스를 통해 마을 일자리를 늘려 청년들이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소박한 삶을 통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대신 자기를 개발하거나 마을과 소통하는 창조적 취미활동이 늘어나고, 지리산 둘레길과 등산을 통해 만족도 높은 삶도 수행의 과제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땜과 산악열차가 들어와 자연을 파괴하고, 주변 마을이 물에 잠기는 수많은 지리산의 난개발을 사람들이 모여 백지화시킨 역사를 둘러앉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고, 초록별 연대를 통해 그때 그 시대의 지구를 지킨 수많은 영웅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우리는 아름다운 지리산을 지키며 수많은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들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미혹 문명을 뒤로하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구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 고민이 지리산 만일결사와 초록별 연대를 통해 열매를 맺어 우리가 희망했던 초록별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만인결사, 만인행동으로 지리산을 지키고 가꾸어가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희망한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희망을 담아서….




자기소개: 석승억

20대 중반에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을 시도하던 중 ‘신이 있다면 나를 태어나게 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나를 찾는 여정의 길에 올랐다. 30대 초반에 사업 실파와 채무의 경험을 토대로 IMF의 피해자인 과중채무자의 자조모임을 거쳐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를 만들고 채무자의 양산 방지, 재기 지원, 채권·채무자의 형평을 위해 10여 년간 활동했다. 개인회생·개인파산 법의 입법활동을 끝으로 채무자를 양산하는 자본주의의 대안적 삶으로써 공동체를 선택하고 일상의 삶을 통해 15년째 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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