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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오월의 푸르름을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있을까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47 58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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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오월의 푸르름을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있을까

 


1980년 5월 광주는 지금처럼 푸르름 가득한 시간이었으리라. 언제나 그렇듯 오월은 만생명의 기운이 움터오는 그런 생명과 약동의 시기다. 이 오월은 자연 속에서 확연히 더 드러난다. 산과 들에는 초록의 비단융단을 죽 깔아놓은 것처럼 지천으로 푸르름이 넘쳐나 보는 이의 눈맛을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80년 5월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나서부터는 자연의 푸르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 안기에 너무나도 버겁다.


전두환 노태우의 쿠테타로 들어선 신군부는 국민들의 끓어오르는 민주화의 열기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광주'를 선택했다. 30만 명이 살고 있는 80년 5월 광주는 고립되고 왜곡되고 통제되고 억압된 속에서, 계엄군들은 신군부의 지시 하에 상상하기도 힘든 잔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죽이고 폭행하고 억압하는 참혹한 모습들이 80년 5월 광주에서는 다반사였다.

 

국내외 모든 언론은 통제 상태였고 광주 외곽은 모두 군인들에 의해 고립되고 폐쇄되었다. 그럼에도 공동체 안에서 폭력과 절도는 없었고, 오직 나눔과 연대의 손길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병원마다 헌혈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고, 양동시장 등 시장상인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제공했다.

 

80년 5월 21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금남로에 모인 광주시민들에게 계엄군들이 집단발포를 한 날이다. 만인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싯다르타 태자가 탄생한 날, 광주시민들은 뜨거운 땡볕 아래 금남로 거리에서 군인들의 총탄에 무참히 스러졌다. 광주시민들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군인들이 우리 국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광주시민들은 생업을 내팽개치고 무고하게 광주시민들을 죽이고 짓밟은 신군부에 항거해 연일 온몸을 던져 총칼에 맞서 저항했다. 해방광주 오월공동체는 5월 27일 새벽, 당시 전남도청과 금남로 곳곳을 지키고 있던 시민군들은 계엄군들의 무자비한 총탄에 막을 내린다. 수많은 시민군들이 죽임을 당했고, 살아남은 시민군들은 계엄군의 총부리에 가격을 당하고 포승줄에 꽁꽁 묶여 상무대 영창으로 구금되어 고문과 폭력과 비인간적인 아비규환의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생명이 전부일진데, 그 값지고 소중한 생명을 계엄군의 총탄에 빼앗기고 고문을 당하고 부상을 당한 유가족들을 비롯 수많은 광주사람들이 오월병으로 가슴앓이를 해오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자유를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수많은 사람들 또한 오월병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80년 오월이 어느덧 35년이나 흘렀다. 3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오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 냉철히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묻고 따지고 질문하고 답을 찾지 않으면 자유와 평화와 행복은 어느 누가 가져다주지 않음을 그동안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학습해 왔다.


이번 5.18민중항쟁 35주년 캐치프레이즈는“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노래하라” 이다. 물질이 전부인 전도몽상의 세상에서 자신과 가족을 건사해내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업(共業)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 이웃과 세상과 자연의 아픔과 고통과 슬픔과 눈물과 통곡에 그냥 모른 채하고 무시하며 넘어갈 수 없다. 왜냐, 그 부메랑은 곧 자신을 향해갈 것이기에...


따라서 온전한 민주주의를 인양해 낼 때까지, 분단의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의 새 희망을 노래할 때까지 함께 손 맞잡고 연대해가야 한다.‘ 민주를 인양하고 통일을 노래하는’ 새날이 되었을 때 진정 오월의 푸르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이해모_광주전남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영위원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소임과 광주전남불교NGO연대 부위원장 소임을 맡고 있으며, 광주지역에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를 고민하며 현장에서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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