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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꿈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47 56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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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꿈


 

요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라는 처음 듣는 이름의 질병으로 우리나라가 쑥대밭이 된 느낌이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미숙하고 무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해 세월호 사태 때 무책임과 무능을 실감했으나 이번에도 또 이럴 줄은몰랐다.

이번 일을 통해서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이상한 건 유능한 사람들조차 무능한 지도자 밑에서는 바보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만일 메르스가 아니라 전쟁 등 이보다 더 위급하고 위중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한숨만 나온다.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명운을 맡기는 일이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면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적어도 바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이것도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다. 농업에 대한 말을 해야 되는데도 메르스 얘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 마디 하였다.

 

지난 겨울에 눈이 예년만큼 오지 않아서 저수지에 농업용수가 충분치 않았다. 거기에다 전에 볼 수 없는 봄 가뭄으로 수리시설이 없는 논과 밭은 작물이 타죽을 지경이 되었다. 옛날 임금이 다스리던 시절 같으면 임금은 자신의 부덕을 한탄하면서 천지신명께 기우제라도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농업용수만이 아니라 식수마저 부족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60여년 만에 처음 겪는 대한발(大旱魃)이라는 정도로는 그 표현이 충분치 않다. 그래도 그동안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경지정리를 한 덕에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논농사는 큰 지장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농업생산이 기상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날씨가 농산물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국립식량과학원이 수원에서 전주로 옮겨 새 건물을 짓고 개원식을 갖게 되었다. 식량원의 현장명예연구관인 나도 초청되어 개원식에 참가한 후 그 다음날 연속 행사로 이어진 <풋거름 작물 활성화 제고 방안> 심포지엄에도 참석하였다.

풋거름은 그동안 사용하던 녹비(綠肥)라는 일본식 표기의 순우리말이다.

풋거름 협의체의 공동위원장인 나는 국립식량과학원장의 인사말 다음에 환영사를 하게 되었다. 환영사를 통해서 나는 이런 말을 하였다.“ 옛말에「 쌀 없으면 인간 없고 인간 없으면 세계 없다.」 라는 말이 있는데 쌀을 생산한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를 유지시키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쌀은 문자적 의미의 쌀만이 아니라 쌀로 대표되는 식량작물 전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자동차가 없어도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컴퓨터가 없어도 사람은 죽지 않지만 쌀이 없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쌀은 세상을 유지시키는 기초물질이다.”

 

이러한 중요한 일을 감당할 농민이 없어져 가고 있다. 농민은 5천만 우리 국민 중에서 7%가 조금 넘는 37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투표로 결정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를 줄 유권자가 적으면 농업이 아무리 중요해도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이것은 농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불행이다. 무시 받는 농민이 안전

하고 영양가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다.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암을 비롯한 각종 병이 증가하는 것은 사람들이 부실한 것을 먹기 때문이다. 메르스라는 것도 면역력 부족이 확산에 일조하였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유하고 농민들을 지지하며 그들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나마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준권_포천 농부, 정농회 전 회장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이 농업이라며,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시는 포천 농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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