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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과학, 그리고 삶의 지혜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3:33 58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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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과학, 그리고 삶의 지혜

우희종(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인드라망 전문위원)

 

 

과학문명의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에 대한 신뢰는 종교에 가깝다. 이는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과 더불어 꿈으로나 생각하던 많은 것들을 실제로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실현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분명한 과학적인 것에 비해 비과학적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황당한 것이거나 비논리적인, 말도 안되는, 미신적인 등의 부정적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도 동시에 알고 있다. 과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지금의 과학지식으로는 아직 설명이 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 과학적이지 못한 비과학적인 것들도 조만간 과학적인 내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면 비록 지금 비과학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될 내용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생각하듯이 지금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해서 모두 다 미신적이고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과학이 전부인 양 착각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착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모른 채 당장의 과학 수준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세상을 바라보며, 더욱이 과학만이 합리적인 생각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과학이 없던 원시인들도 합리적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인류가 번창한 것이고, 또 과학자가 되기 위해 고등교육의 훈련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학은 인간이 모든 합리적 사유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체계를 지닌 일종의 문화(culture)임을 알 수 있다. 과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요즘 우리사회는 그런 과학의 산물로써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핵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공할 위력의 핵반응은 전형적인 과학 발전의 산물이다. 핵발전소에 의해 전력공급을 받고 우주탐사에 있어서도 핵 발전 도움 없이는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량 핵무기의 존재는, 그리고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핵발전소의 존재는 우리가 핵과학을 통해 얻는 것에 비해 너무도 치명적으로 사람들과 뭇 생명체에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 발전을 통해 얻은 것을 생각해 보자. 생존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있지만 많은 것들은 단지 생활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사람들에게 생활이 편안해졌다는 것은 풍요로움이자 욕망의 만족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과학의 이름으로 누려왔던 풍요로움은 이제 산업 폐기물이나 핵폐기물로 되돌아오고 있다. 당장 문제는 없다한 들 아무리 버틴다 해도 우리들의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구에 언젠가는 치명적 결과를 남길 것이다.       

 

물론 과학이 잘못되거나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지만, 지금의 과학이 전부인양 착각하면서 욕망만족이 최선임을 주장하기보다는 과학적 발견이란 바닷가에서 작은 조약돌을 줍는 것에 불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겸손함으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생명존중과 평화를 위한 탈핵 주장이라는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것은 세상 만물이 모두 중중무진의 관계 속 존재임을 인정하고, 개인 욕망의 만족이란 무엇인지 성찰하면서, 더 이상 지식에 근거한 삶이 아니라 지혜에 바탕을 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소욕지족이야말로 탈핵시대에 적합한 삶의 지혜이다. 더 이상 과학에 오만의 외투를 입혀서는 안된다. 과학의 오만한 이름으로 행해지는 우리시대의 횡포.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너와 나의 삶의 자세이자 연기적 지혜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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