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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은 승화되고 있는가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7 15:37 6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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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순례를 하면서 뇌리에 오고 갔던 생각들을 정리했다.
5·18 정신은 무엇인가? 어떻게 정리, 승화되고 있는가? 지금 여기 각자 생명평화의 삶을 위해 5·18 정신을 어떻게 심화시켜야 할 것인가? 21세기 현대사회의 화두인 생명평화의 세상을 위한 5·18 정신의 창조적 승화는 어떤 것일까?

-생사고락 함께한 공동체 삶-
광주 순례를 하면서 품고 다닌 물음들이다. 순례가 끝난 지금도 물음으로만 남아 있어 답답하고 무겁다. 며칠 동안 순례를 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5·18 정신은 한마디로 ‘고락을 함께 한 공동체 정신과 모습’이었다. 불의와 폭력을 극복하고 넘어서려는 공동의 과제를 위해 너나없이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행동했다. 진보·보수, 강자·약자, 불교·기독교, 농촌·도시 등의 벽을 넘어 일심동체를 이루었다. 서로 가슴을 열고 손을 잡았다. 마음을 나누고 밥을 나눴다. 고통도 즐거움도 함께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을 함께 하는 동지요, 형제였다. 그 누구도, 그 어느 곳도 소외되지 않았다. 너도나도 당당한 주인이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불의와 폭력이 없는 세상을 향해 하나 되는 역사를 일궜다. 사전에 준비한 일은 아니었지만 모두 주인이 되는 세상을 실현했다. 접근하는 방법과 과정은 달랐지만 25년 전 광주·전남의 5월 공동체는 예수, 석가, 간디, 체 게바라가 꿈꾸었던 세상의 진면목이었다.
5·18 정신은 분명 위대하고 우리들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5·18 정신이 저절로 위대하고 희망이 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 일이다.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는 5·18 정신과 모습은 당시에 필요하고 위대했지만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가꿔가지 않으면 박제화되고마는 역사의 진리 앞에 겸허해야 옳다. 어떤 사상과 정신도 그 사회의 정책, 제도, 문화, 삶으로 실현되지 않으면 공허한 관념의 유희로 끝나고마는 역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터이다.
밖으로 드러난 저항과 투쟁의 몸짓 너머에 있는 하나 되고 주인 되게 한 그 정신, 그 힘을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광주 5월 공동체 정신의 관점에서 몇 가지 물음을 제기해 본다. 물론 5월 정신이 광주·전남의 희망이 되는 길을 찾고자 하는 바람에서이다.
1)공동운명체였던 5월 공동체의 공간인 광주와 전남, 도시와 농촌이 지금 그 누구, 그 어느 지역도 소외되지 않는 명실상부한 공동체로 가꿔지고 있는가?
2)5월 공동체의 동지요, 형제인 광주·전남 농민들의 절망, 약자의 슬픔, 가난한 자의 불행을 발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하나 되고 주인 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는가?
3)외부로부터 덮쳐온 불의와 폭력을 목숨 바쳐 용납하지 않았듯이 자신 안에, 가정 안에, 지역 안에서 작동하는 불의와 폭력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가?

-광주·전남의 삶에 녹여야-
모두 하나 되고 주인 되었던 5월 공동체 정신이 오늘과 내일의 광주·전남 공동체로 가꿔져야 한다. 5월 공동체 저항정신이 광주·전남 지역과 시민사회 안의 어떤 불의와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광주·전남의 오늘과 내일의 삶으로 물결쳐야 한다.
붓다는 “나에게 가능한 일은 만인에게도 가능하다. 한때 가능한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곳에서 가능한 일은 어느 곳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늦을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불의와 폭력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모두 하나 되고 주인 되게 했던 5월 공동체 정신이 광주·전남 지역사회의 정책, 제도, 문화, 삶으로 실현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5월 정신은 위대하게 빛나고, 광주·전남의 희망이 된다. 5월 정신이 광주·전남의 희망이 되는 길을 걸을 때 5·18 영령들의 밝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꽃이 우리 사회와 우리들의 삶을 환하게 할 것이다. 21세기 화두인 생명평화의 진면목이 광주·전남에서 빛날 것이다.

05. 6. 2 경향신문 [생명 평화 이야기] 5·18정신은 승화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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