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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스님과 생활불교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22:10 59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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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스님과 생활불교
혜자(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 도선사 주지)


주지 소임을 맡다 보니 신도들의 신행상담을 할 때가 많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아직도 많은 불자들은 불교를 어렵고 난해하게 생각해 부처님의 진리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과 법회 때마다 생활불교를 강조했건만, 아직도 ‘불교는 어렵고 난해한 종교다’ ‘쉽게 다가설 수 없다’는 등으로 생각하고 있는 불자들이 많다는 불교계의 현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사실, 불교는 우리의 일상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의 평상심을 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옛 조사들이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고 설하신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불교는 일상생활 가운데서 부처님 말씀, 조사의 가르침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삼각산 도선사는 호국참회도량이다. 이는 신라불교의 통일염원, 고려불교의 호국염원, 조선불교의 구국염원, 현대불교의 평화염원에 입각하여, 이론불교가 아닌 실천불교, 관념불교가 아닌 생활불교로 불교의 재흥을 꾀하자는, 은사이신 ‘청’자 ‘담’자 대종사님의 사상이다. 이처럼 은사 스님은 늘 실천불교, 생활불교를 강조하셨다.

은사 스님을 시봉할 때 일이다. 은사스님께서 수행불교를 유난히 강조한 터라 조석으로 열심히 염불하고, 절하고, 참선을 했다. 출가한지 얼마 안 된 터라 그것이 불교의 전부하라고 여겼다. 어느날 저녁, 공양을 마치고 혼자서 경내를 거닐고 있는데 문득 ‘과연 내 수행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결국 ‘나 홀로 수행 점검’이라는 결심을 했다. 경내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 조용했고, 마침 다른 용무가 없던 터라 곧바로 법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절을 했는지,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는 몸에 흐르는 땀으로만 가늠할 수 있었다. 지친 몸으로 한 손으로는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법당 문을 막 나오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은사스님이었다. 스님은 다가와 “이 늦은 시간까지 무엇을 했길래 그렇게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느냐”고 물으셨다.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님은 내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잠시 후 말씀하셨다.

“불교란 일상생활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과 불교의 가르침이 이원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불교가 아니다. 불교로 사유(私有)하고, 불교로 말하고, 불교로 행동하여, 삶 자체가 진리와 하나가 되고자 할 때 바로 생활불교가 실현되는 것이다.”

‘불교란 무엇인가’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종교적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은사스님께서는 “생활이 불법이요(生活是佛法),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란 가르침을 주셨던 것이다. 이렇게 은사스님은 생활 속에서 늘 하나씩 하나씩 불교의 가르침을 주시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상 속에 있음을 강조하셨다.

즉, 일상생활 순간순간에 자기 생각과 감정들이 일어나는 것을 안으로 살피고 살펴서, 놓을 것은 놓고, 좋게 돌려놓을 것은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실천해보고 자꾸 적용해 보면,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불교 즉 ‘생활실천불교’가 된다는 것이다. 스님들도 재가불자들도 그렇게 실천하고, 그러다 보면 일반시민들도 불자라고 생각하든 그렇지않든 간에 일상생활에서 불교를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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