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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촌 현실과 지역 사찰의 역할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16 59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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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촌 현실과 지역 사찰의 역할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우리나라의 농촌이 풍전등화이다. 세계화의 물결이 이미 농정개방시대를 열었다. 농업을 지탱하던 쌀조차도 WTO 질서하에서의 의무적 수입량을 채워야 한다. 이 땅의 모든 농산물은 ‘반도체와 컴퓨터, 선박, 엘시디’ 등 공업상품을 팔기위해 FTA(개별국가간 자유무역협정)체결의 희생물이 되었다.
이에 발 맞추어 우리나라의 농업은 국내적으로도 시나브로 시들고 있다. 정부의 추곡수매정책은 없어져 이제 그나마 가을이면 농촌과 농가로 향하던 돈의 행방은 멈추려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농촌이 유지되는데 있어 핵심이었던 농지(農地)의 ‘경자유전원칙’이 폐기되었다. 그리고 농촌에는 농사를 이어갈 후계자들이 태어나지도, 보충되지도 않는다.
농업이 유지되어 농산물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생산의 3요소인 농지(토지)와 농부(노동)와 농자금(자본)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농업생산의 3요소가 끊겨 버린 시대를 맞고 있다. 인연관계로 본다면 농산물을 위한 3대 조건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농업과 농촌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에서 농업과 농촌은 제외하고 국가의 삶을 그려야 할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2.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은 국민을 먹여 살리는 기능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더 있다는 말이다. 국민을 먹고 살도록 하는 기능만으로도 농업의 가치는 능히 소중히 여겨야 할 일이다. 그런데 농업은 그 이외에도 물을 저장하는 기능, 공기를 맑게 하는 기능,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기능, 농촌경관을 보존하는 기능, 일자리 창출기능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농산물을 단지 국제사회의 많은 교역상품 중의 하나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크다. 주로 식량수입국들을 중심으로 엄혹한 국제사회에서 자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내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지켜가기 위해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재 WTO나 FTA 등을 통한 국제협상에서 농업은 가장 큰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추세에 대한 개별국가들의 노력 중 특히 드러나는 국가는 스위스이다. 이 국가는 지난 96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의 농산물을 ‘친환경농법’으로 전면적으로 바꾸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뒤이어 약 3년간의 긴 논의를 거쳐 지난 99년 이후 체계적으로 농업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부분 유럽국가의 경우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식량정책과 환경정책을 위해 ‘친환경농법’이 가지는 자국농산물속에서의 비율을 10-30%로 높여가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딴판으로 농업과 농촌문제를 다루고 있다. 핵심은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단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가적 과제이며 전국민적인 사안으로 다루어 갈 줄 아는 안목이 있는 것이다.

3. 우리단체는 지난 8년여의 기간 동안 이론과정인 불교귀농학교와 실습과정인 실상사귀농학교를 통해 약 1,000여명의 대중들과 ‘귀농교육’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실상사 및 인근지역에 약 200여명의 귀농인들이 인연을 맺었으며, 작년부터 올해까지 실상사가 속한 산내면에는 13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국제적인 엄중한 현실과 농업을 천시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미미한 숫자이기도 하고 매우 느린 행보라고 아니 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미 있는 것은 우리단체의 지난 활동을 통해 ‘생명살림운동’이 시대적 상황에도 맞고, 불교계에도 매우 유익한 일임을 확신하게 된 일이다.
귀농(歸農)의 길은 아직은 고단하다. 귀농은 가족이 함께 하는 일이기에 온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나 결코 녹녹치 않다. 그리고 주변 친지들과 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사찰의 경우 국가기구 다음으로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농지를 실상사와 같이 귀농자들의 중간정착지 혹은 귀농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부대중의 관심이 늘어났으면 싶다.
농촌지역사찰이 21세기의 최대의 화두인 생명살림의 문명을 여는데 생산단위로서의 역할에 나선다면, 도시지역사찰의 경우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공양미운동’이나 ‘사찰생활협동조합’을 통한 유기농산물 확산운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우리 불교계가 농업과 농촌에 관한 모든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평화세상’을 향한 도정에 주춧돌 정도는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05년 8월 중앙불교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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