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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새로운 불사 ‘귀농’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19 6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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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면 시골 가서 살 땅과 집도 소개 시켜 주나요?"
"저는 서울 토박인데 농사짓는 법을 배울 수 있나요?"

봄·가을로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귀농학교 모집공고가 나갈 무렵이면 인드라망으로 이런 전화가 많이 걸려 옵니다.

인드라망은 불교계에서 귀농단체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농학교는 우리가 하려는 지역공동체 만들기 그물의 구슬중 하나 입니다. 귀농학교를 졸업하고 좀 더 자신의 삶으로 귀농을 받아들이려는 분들은 지역공동체의 일꾼으로서의 소양과 친환경 농사법을 몸으로 익히기 위해 실상사귀농학교를 다시 갑니다. 그리고 아직 귀농 하기에는 좀더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시는 분들은 도시에서 불교생협 조합원이 되거나 실상사작은학교의 학부모님이 되시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인드라망과 인연을 맺어 갑니다.
실상사귀농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 전국각지로 귀농을 하게되면 지역에서 생존하기와 뿌리내리기를 시작합니다. 처음 가신 분들의 공통된 어려움은 땅 구하기와 지역사람들과 친해지기입니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도시와 농촌의 삶의 방식이 별 차이가 없어진 요즘은 작은 이해관계로 다툼이나 텃세를 부리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매 일반입니다. 이런 어려움 들을 극복하고 시골마을 식구로 받아들여지면 끈끈한 정으로 맺어지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인드라망은 귀농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한 방법으로 나름대로 찾은 것이 불교생협을 만들어 생산물을 팔아 주는 일입니다.
불교생협은 현재 봉은사를 비롯해 4개의 도시사찰에 매장을 개설해 물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귀농자들의 생산물과 실상사지역의 한생명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실상사마을공동체의 생산물들을 적은 양이지만 현재 유통시키고 있고 앞으로는 시골사찰과 도시사찰을 연결하는 도농사찰 교류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저희가 만들어 가려는 마을공동체는 불교의 사부대중공동체의 전통을 살리고 마을에서 사찰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주로 시골에 위치한 사찰들은 땅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은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땅들을 귀농학교를 졸업한 분들에게 빌려주고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그것을 기반으로 학교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사람들이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드는 것이 사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망가지고 있는 자연환경도 살리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불사라는 생각입니다.

한국 근현대사 어디를 찾아봐도 강제이주 정책이 아닌 이상 자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온 예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하는 귀농학교는 시골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 또 사람들을 꼬시기도(!) 하는 운동입니다.
도시적 삶의 방식이 몸 속 깊히 뿌리 내린 사람들도 나이 들면 시골 가서 편히 살아야지 하는 맘들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혼자 생각하기는 쉬워도 현실로 만들어 가려면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좀더 많은 사람이 갖고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풀어간다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도시집중과 환경오염 에너지 고갈 등 불안한 미래를 좀더 희망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상사 지역은 현재 아이들이 한해에 7∼8명씩 태어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 울음이 끊긴지가 오래된 마을들이 가끔 뉴스거리로 올라오고 우리사회의 우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뿌리인 농촌사회가 사람이 살 곳이 아닌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뿌리인 농촌사회가 병들고 시들어 간다면 뿌리에 기반한 도시 또한 오래 못 가 병들고 시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심각함을 바로 보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실상사 지역은 시골에서 보기 드물게 근래 인구가 약 200여명이 늘어났습니다.
다른 시골마을들과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삶의 태도를 바꾸면 이런 선택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루어 질 수 있는 꿈이고 현재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경인 반야심경에 보면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현대인들의 삶을 보고 질책하는 말 같습니다. 남을 이겨야 내가 산다는 대립과 경쟁의 질서의 기반하고 있는 삶들이 어찌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인드라망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져 있고 너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가 생겨나는 관계론의 핵심인 연기법으로 보면 현대의 삶의 방식들은 철저히 엇나는 질서인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도 이론으로는 알고 있어도 삶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을 많이 겪으실 겁니다.
인드라망은 이런 앎과 삶이 하나로 되는 삶의 질서로 살아보려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많이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귀농학교도 그 만남 중 하나입니다.
8년전 처음 불교귀농학교를 열었을 때 주위 분들은 참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모두가 도시로 못 가 야단인데 도시에서 대학까지 나온 놈들이 무슨 할 일이 없어 다시 시골로 돌아가냐?
다른 분들보다 부모나 형제들의 걱정과 한숨은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현재도 귀농에 첫발을 내딪는 분들은 고향에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도 절대로 고향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님을 설득시키기도 힘들고 주변 분들의 시선을 이겨낼 자신도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연에 따라 많은 결별과 선택을 하셨듯이 현대사회에서 귀농은 어쩌면 많은 결단과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쩜 혼자 가기엔 너무나 외롭고 고달픈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 길을 힘껏 가기 위해선 지금까지 살아왔던 왜곡된 물질문명 중심의삶에 대한 절실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 되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 길을 떠나세요. 도중에 도반도 생길 것이고 쉬어 가는 나무그늘도 있을 것이며 실상사 지역같은 비빌 언덕도 생기고 있습니다.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늘 불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가능성 또한 열려있는 것입니다.
전도몽상(顚倒夢想)에서 깨어날 때 우리의 삶은 풍부해지고 큰 연민심과 자비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도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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