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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견머리와 삶의 버르장머리를 바꾸는 운동이 되어야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47 69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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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견머리와 삶의 버르장머리를 바꾸는 운동이 되어야...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복잡한 금요일 오후 서울을 뒤로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도법스님이 함께하는 탁발순례단의 행선지가 포항이다. 서울에서 훤해서 출발하여 도착하니, 짧아진 겨울해에 포항은 어두웠다. 포항시내의 한귀퉁이에 자리한 장애우들의 시설에서 탁발순례단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순례단의 일꾼인 흐물(‘흐르는 물’이라고 함)의 안내로 한창 행사중이던 도법 스님께 인사를 여쭈었다. 그러고 약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도법스님과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함께 간 일행들과 정담을 나누었다. 이것 저것 많은 이야기를 진행하고 나서 불쑥 여쭈었다.

“스님, 몇몇 환경단체와 생명운동단체, 시민단체들이 모여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일자리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경산업과 농업회생의 문제를 우리나라의 실업문제와 연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입니다. 그동안 환경운동이나 시민운동에서 잘 다루어오지 않던 문제입니다.”

은근히 훈수를 여쭈었다.

“환경을 살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사회를 위해서는 외람되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계관과 삶의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
사회적일자리의 문제는 이걸 정면으로 제기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돌아서 다루어 가고자 한다는 느낌이다. 일의 성취를 위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토대위에서 과연 얼마만큼 뜻을 성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대했던 훈수가 아니었다.

“사회적일자리를 ‘생명과 평화의 가치’에 입각하여 많이 만들어가는 것은 한 사회가 생명평화의 사회로 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재차 여쭈었다.

“생명평화의 가치는 각 개인이 개인차원에서 삶의 방법론을 생명평화적으로 가꾸어가는 문제이다. 또한 생명평화의 가치는 한 개인이 속한 사회적 차원에서 그것을 가꾸어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일자리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을 하는 주체인 각 개인들이 얼마만큼 그러한 사회적일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며, 힘써 나설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를 준비하는 단체들로서도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동참할 주체세력을 찾아나서는 문제는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이를 위해 시민, 환경, 생명운동단체들이 자신들의 회원들과 우선적으로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이 운동이 대중적으로 진행되어 사회의 일정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데는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현대 사회는 ‘부자와 일등’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2등의 가치도 아니고, 그것보다 훨씬 하류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환경산업과 농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과 태도로써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그것을 사회성이 있거나 생명평화의 가치가 있도록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자와 일등’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고 볼 사람들의 안목과 심지를 길러갈 수 있는 일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일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단체 활동가들이 앞풀이 시간이던, 뒷풀이 시간이던 내내 강조하는 것이 교육사업에 관한 것이다. 그것의 이유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들었다.


2. “스님의 고견에 대하여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것도 여쭙지요. 스님께서 지금까지 각 고을의 농촌과 농업현실을 보셨지 않습니까? 그 경험에 입각하여 농업회생을 위한 방책을 실업의 문제와 관련하여 함께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평소 농업과 농촌문제를 거의 ‘화두’로 들고 계신 스님의 탁견이 궁금했다.

“일전에 진안군의 군수를 만났을 때, 군수에게 하나 제안한 것이 있는데... 진안군의 공무원들이 약 5백명이라고 하길래, 그 수를 2배로 늘리고 사람들에게 군유지를 나누어 주어 일주일에 반은 농사를 짓고 월급은 반으로 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했었지.
그렇게 되면 잘 교육된 사람들이 작은 군에 갑자기 1,000여명이 넘실될 수 있을 것이기에 활력이 더 할 수 있겠고, 실의에 빠져있던 농촌사회와 농촌경제에 새로운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를 신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극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작은 행정단위에서부터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꿈같은 얘기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지방자치제도가 이미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으로서는 우리사회에서도 한번 시도해 봤으면 어떨까라는 기대도 함께 일었다.

“너무 꿈같은 얘기가 아닌가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지자체가 있을까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행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원칙으로 움직일까를 생각해 보자. 그 사람들은 대중들의 선택에 따라 힘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하니 대중들의 선택과 동의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하니 우리가 원칙적으로 견지해야 할 것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싸우는 방법만이 아니라, 대중들과 국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운동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소견머리’와 ‘삶의 버르장머리’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하니 아무리 우리가 진심을 가지고 운동을 하여도 ‘네가 바꿔라!’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국민대중들로 하여금 오해를 살 수 있는 문제가 된다. 나를 바꾸고, 우리를 바꾸고 그리고 그 힘으로 국민대중들을 움직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원칙 있는 활동을 해 나갈 때 국민대중들이 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유일하게 정치나 행정하는 사람들을 변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본다.”

그날, 과메기를 처음으로 먹었다. 과메기는 지역사회단체에서 탁발순례단에게 탁발해 준 것이었다. 그날 한 끼는 그렇게 거지들에게 동냥을 해서 해결했다. 맛있게 먹으면서, 어쩌면 생명평화를 위한 세상은 청빈(淸貧)과 청부(淸富)를 향한 우리들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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