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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통과 불교적으로 대면하기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22:18 7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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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통과 불교적으로 대면하기
이정호(인드라망생협 상무이사)


1. 필자가 활동하는 곳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다. 우리단체는 지난 1999년 9월에 창립하여 8년째를 맞고 있다. 초창기에는 ‘불교귀농학교’나 ‘실상사귀농학교’ 등의 프로그램으로 여러 불자나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지리산살리기운동’이나 ‘생협을 통한 유기농확산운동’을 통해서 좀 더 많은 불자대중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었다.
최근 우리단체에서는 ‘친환경공양미운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오늘은 이 ‘친환경공양미운동’을 직접 추진하면서 생겨나는 소회를 전달해 볼까 한다.
‘친환경공양미운동’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친환경농법에 의해 생산된 쌀을 불교계에서 공양미로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많은 분들은 이 말을 듣고서는 ‘참 좋은 사업’이라고 격려하곤 하신다. 그러나 정작 이 일을 풀어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앞에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했듯이, 이 운동은 그야말로 친환경쌀을 공양미로 올리는 일이다. 그러나 이 말이 하나의 사찰에서 구체화 되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어려움을 넘어야 한다.


2. 첫째, 우리 불교계는 친환경농업이 아직까지 친숙한 말이 못된다.
이 사업이 구체화 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에 대하여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지금 시기에 ‘왜, 친환경농업인가?’ 이러한 의문이 가장 먼저 설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친환경농업은 사회적으로도 소수의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불교계로 국한한다면 더욱더 소수의 불자들이 이 단어에 대하여 알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이 국민의 약 7%이고, 이 중에 극히 일부의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친환경농업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도 전국을 통털어서 약 30만명 정도이다. 그리고 친환경농업의 생산자들은 대부분 ‘카톨릭농민회’나 기독교 단체인 ‘정농회’ 등의 타종교인들에 의해 개척되었으며, 소비자들도 또한 초창기 타종교인들에 의하여 시작된 단체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은 ‘쌀시장개방’과 ‘한미FTA' 등의 사회적 논쟁을 거치면서 누구나 느끼듯이 매우 위태롭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우리의 농업을 지켜갈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친환경농업’이다. 우리나라의 ‘생태계위기 및 식량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든, 국민의 식생활의 ‘안전성’을 담보해 가기 위해서든 필수적인 해법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불교계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와 관련되어 벌어지는 ‘농촌과 도시’에서의 커다란 사회적 노력에서 크게 비껴서 있는 것이다. 이웃종교인 카톨릭의 경우에는 창립 30년이 넘어서는 ‘카톨릭농민회’와 ‘각 교구’가 힘을 합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3. 둘째, 불교사상에 친숙하고 불교계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만나야 한다.
우리 불교계의 경우에는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곳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생태․생명운동을 풀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것이 ‘농업과 농촌문제’를 제대로 다루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가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을 신념으로 살아가는 ‘친불교적인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귀농학교’를 통해 약 1000여명의 인연들이 생겼고, 그 중에 약 20%의 사람들은 이제 친환경농산물 생산자들이 되었다. 친환경쌀은 이 분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실상사유역과 횡성지역, 남농영농조합 등 세 개 지역의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친환경공양미운동’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지역의 사찰에서 이 생산자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나서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 이 운동이다. 이제 불교계에서도 비로소 불교사상에 입각하여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자들이 ‘지역공동체’를 이루어가기 시작했다. 도시지역의 불자들의 호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4. 우리단체는 약 8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겨우 ‘불교생명운동’의 기초토양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의 과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일은 종단차원의 관심이 있어야 하겠고, 나아가 각 사찰의 사부대중이 이 사업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본격화 될 수 있다.
우리단체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그것을 가공하고, 물류센터에 모아두는 일은 조금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한 농산물’을 활용하여 농촌과 도시지역의 포교에 활용하고, 농촌사찰과 도시사찰간의 ‘도농공동체’를 추구할 수 있는 힘은 순전히 각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지스님과 사부대중의 몫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무너지는 우리농촌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이며, 귀농이라는 방법으로 ‘인생의 이모작’을 추구하는 여러 뜻있는 분들과 함께하는 보람의 길이기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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