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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농공동체운동을 시작하며...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5:50 7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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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 98년 12월 자칭 '정화개혁회의'에  의해 촉발된 소위 '조계종사태'가 한창일 때 쓰여진 글입니다.
원래는 '실상사 장기귀농학교' 기관지인 '반야봉'에 실린 글입니다.
관심있는 천불동의 법우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바꿈'이길  꿈꾸면서 올립니다.
이글이 쓰여질 수 있도록 도움주신 불교귀농학교와 바른먹거리 운동 준비팀들에게 감사드린다.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을 준비하면서....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들어가기
'제1기 불교귀농학교'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수강생들중 많은 분들이  불교귀농학교를 수료하고 나면 불교계 혹은 절에서 유휴토지를 임대하여 주냐고 묻곤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매우 난처한 질문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불교귀농학교를 준비하면서 준비주체들은 분명 불교계에는 귀농자들에게 절대필요한 유휴토지가 많음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고, 또 이러한 토지가 귀농자들에게 유효하게 쓰여질 수 있다면  매우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막연한 생각과 바람만을 가지고 수강생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다만 우리는 불교귀농학교라는 인연을 계기로 지속적인 교류와 만남속에  바람직한 귀농의 태도와  건강한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교귀농학교를 2기까지 마쳤다. 어떤 이는 귀농학교를 통해 얻어진 자신감으로 당장 내년농사부터 지을 심산으로 척박한 임야를 밭으로 정리하고 있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아직도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을 이유로 농촌지도소나 여타의  귀농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열심히 찾아 다니는  이도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불교귀농학교가 귀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재점검하여 본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평소의 귀농에 대한 생각이 다소 낭만적이었다는 생각으로 처음서부터 새로이  준비해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제 문제는 한번의 인연을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를 통해  어떻게 좋은 인연과 좋은 사람간의 관계로 발전시켜 갈 것인가 이다.
우리는 하나의 큰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귀농'이다.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다 농사에 돌아간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근본인 밥과 자연의  일부분인 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인 것이다.
스스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의 만남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들의 삶의 방향과 방법을 찾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2. 도농공동체 운동이란?
우리는 불교귀농학교를 통한 만남을 '도농공동체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농사를 짓겠다는 나의 생각이  도농공동체 운동으로 변질된 것이다. 왜 그러한가? 그것은 내가 발 딛고자 하는 농사와 농촌의 현실에서 유래한다.
'농사'를 내가 땅에 나의 노동력을 투여하여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농사는 반드시 농산물이 팔려야 한다. 그래야 농산물이 비로소 농산물이 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작물은 더  이상 그 작물을 먹기 위해서 농부가 씨를 뿌리지  않는다. 농부는 그 작물을 심을 때부터 팔릴 것을 목적하고  있다. 팔린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농산물은 존재할 수도 없고,  가치를 부여할 수도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농산물이 자신의 고유한 가치인 '먹을 것'으로 파악되지 않고, 화폐를 매개로한 다른 것과의  '비교(교환)가치'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교가치를 중심으로 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농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재정의 되어야 한다.  농사는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과 더불어 농산물을 파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한가지 더 첨가한다면 농산물을 땅에서 막 채취한채로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약간의 가공처리를  한다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기에 현실속의 농부들은 이러한 것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사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1차가공하여, 시장에 내다파는 일체의 과정과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농부들은 이러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농촌현실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1차가공하고, 그것을  시장에 유통하는 전  행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농부는 극소수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구릉지의 밭과 적은 논을 가지고 살아가는  영세한 농민들이 이 농사의 과정에 필수적인 제반의 시설과 관계를 가질려면 엄청난 투자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제도와 관행과 법은 1차가공은 공업인에 유통은 상업인의 영역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농부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장애이다.
이러한 현실은 분명 부당하다. 농부가 자신의 삶의 근거인 농사일을 잘하게 하는 것이 부당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이러함은 농사를 짓겠다는 나의 생각을 사회를 바꾸겠다는 생각과 떼어놓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하여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한 귀농의 길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운동,  1차가공을 해내기 위해 흩어진 개인간의 연대를 위한 운동, 유통을 하여 농산물을 팔기위한 운동, 부당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의 길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운동을 농촌만이 아닌 도농공동체 운동으로 진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한가?  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노년층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농촌을 미래를 감당할 세대가 없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미래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농촌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를 조금 상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토지현실상 한명이 아홉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생산성을 갖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택할 수 있는 방식은 두가지이다. 김영삼 정부가 시도했듯 몇 명에게 토지를 왕창 몰아주어  대규모 농업방식으로 바꾸던가. 다른나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IMF이후 드러났듯이, 김영삼 정부식의 농업보전 방식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는 것이 부족분을  수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방식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것이 되지 못한다.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국제현실은  자국의 농업가치와 농업능력 그리고 농업인의 보전은 국가존재를 위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할 입장인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귀농의 길'에는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시의 유휴노동력을 농촌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먼저 깨닫고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이 농촌에서 뿌리를 내리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지금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귀농학교를 통한 우리의 인연을 '도농공동체' 운동이라고 부르는 첫 번째 이유이다.
우리의 길이 '도농공동체' 운동인 두  번째 이유는, 한계점을 보이고 있는 도시문명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우리의  농촌사회가 받아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이라도 바른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코자 하는 사람들, 주말이면 시외로 나가 자연을 벗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들 속에 내재해 있는 자연과 벗하고 사람들과 경쟁의식이 아닌 연대의식속에 살고자하는  그들의 바램을 구체적인  삶의 변화(귀농을 한다면 최상이다)로 이끌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농촌의 삶이 결코 녹녹한 것도 아닌데, 이런 것 저런  것 다 생각하고 남의 사정 봐줄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지혜가 도시인들의 바램과 우리의 현실적 어려움을 제대로 교환할  수 있는 적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어, 함께  갈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를 여는 또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3. 99년도 농사짓기를 준비하며
98년도에 불교귀농학교를  통해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99년도의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2기까지 진행한 불교귀농학교 기초이론과정은 내년에는 3-4회정도 진행을 목표로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의논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물론 실상사 장기귀농학교도  2회, 3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지난 11월 7일 발기인 대회를  통해 약속한 '불교귀농학교 생활협동조합'의 일도 꾸준히 지속할 예정이다. 귀농학교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나면서 귀농학교를 통해 인연맺은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인 '귀농'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불교귀농학교 생협'은 이러한  교훈을 통해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동문들간의 지속적인 만남의 장인 동시에 '귀농'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도록 생협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불교귀농학교 기초이론과정과 장기귀농학교와 더불어 불교귀농학교의 또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발기인  대회를 통해 생협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사업방향을 '농장개설사업'과 '바른먹거리 운동'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장개설과 농사일을 통해 예비귀농자들이 가지는 땅에 대한 막연함을 극복해 갈 것이며, '바른 먹거리 운동'을 통해 더불어사는 지혜를 새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른먹거리 운동'은 불교귀농학교 생협이 주도가 되어 될  수 있는한 다른 불교단체에도 제안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는 선우', '환경교육원', '영화사매장 한마음', '수원포교당', '맑고  향기롭게' 등이 김장특판을 통해 내년도에 있을 '바른먹거리 운동'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11월 11일에 있은 조계종단의 문제로 인해 다소  늦추어지고 있긴 하지만 이 문제가 정리되는데로 불교계의 여러 스님들과  단체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일년동안의 우리의 일들을  회고하면서 앞으로의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을 위한 전반적인 구상을  토론할 예정이다. 이 토론과정을 통해 지금은 다소 막연하지만 그리고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불교계의 '도농공동체' 구성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더욱 더 탁력을 가지고 힘있게 진행 될 것을 기대해 본다.

4. 나가기
불교귀농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내년도 봄부터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장소는 송추농장이다. 내년부터 우리는 농사일도  하면서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도  할 것이다. 물론  농사일이 그렇게 무른 것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송추농장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송추농장을 꾸리는  일주체로 그리고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의 일원으로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 뵙게될 귀농학교 3기생들이 어떤 분들일까? (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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