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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22:28 6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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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
이정호(인드라망생협 상무이사)


1. 협동조합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일본생활협동조합’
일본에서의 협동조합운동의 본격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패전국으로 맞게 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 일본의 협동조합운동은 20세기 초반의 일본자본주의의 성장기에 기반하여 진행되었다. 당시의 협동조합은 노동조합운동 활동가들에 의해 노동조합 내부에서 성장한 ‘노동자협동조합’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 협동조합은 그 이전의 일본 협동조합에 비해 대중성은 획득하였으나, 정부의 노골적인 탄압에 의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제2차 대전의 암울한 상황에서 거의 모든 것이 붕괴되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종전 이후의 협동조합운동을 ‘일본의 제3세대 협동조합운동’이라고 불리워진다. 이 시기를 맞으면서 비로소 일본의 협동조합운동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단계를 맞게 되며, 이는 그 이전의 유럽형 로치데일협동조합의 모델을 넘어서서 새로운 창조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고 보면 맞겠다.
이 시기의 일본협동조합운동가들은 ‘생활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 생활자를 협동조합운동의 주체로 세우는데 성공하였다. 이 생활자라는 개념은 노동조합의 하위부대로서의 노동자협동조합의 틀을 넘어서, 생활의 주체로서의 생활자를 만들어 내게 된 특별한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시대는 이미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의 일 주체로서의 소비자가 형성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시대의 소비자를 새로운 운동에 맞는 주체적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본생활협동조합은 유럽형 생활협동조합과는 독특한 발전방향을 갖게 된다.
하나는,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의 자본을 ‘활동에 의한 축적식’으로 형성하였다면, 일본의 경우는 ‘조합원모집식’으로 축적하였다. 둘은, 유럽의 경우 ‘직원의 행정가화’라는 방식이었다면, 일본의 경우 ‘직원의 활동가화’라는 방식을 추구하였다. 셋은, 유럽의 경우 ‘비조합원의 이용’을 허용하였다면, 일본의 경우는 ‘조합원의 반조직화’라는 방식으로 운동을 진행하였다. 물론 양측 유형은 공히 협동조합에서 추구하는 ‘민주적운영과 자주적 원칙, 자조성’이라는 것에는 동일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한 몇 가지의 차이는 ‘유럽형생협’과 ‘일본형생협’이라는 특별한 구분을 만들어 내었다.


2. 무엇이 ‘일본협동조합운동’을 일궈 내었는가?
궁금한 점은 어떤 힘이 일본에서 ‘협동조합’의 새로운 탄생을 가능하게 했는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대략 세가지 차원에서 살필 수 있겠다고 보았다.

첫째, 전후 일본에서는 생활의 개선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식량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도시인들에게 절박했던 식량확보 문제를 많은 일본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서 충당했다. 이러한 대중적이고 자발적인 대중운동의 경험이 이미 5-60년대를 거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둘째, 전후 학생운동이 전공투를 마지막으로 정리되면서, 다수의 학생운동 그룹들과 사회주의적인 활동가들이 도시에서는 생협운동의 활동가들로, 농촌에는 유기농업활동가들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젋은 활동가들이 제2세대 생협활동가들과 조우하였고, 이 만남이 전후복구의 과정에서 시대적 과제를 함께 풀어내는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셋째, 전후 복구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생협활동가들은 ‘평화와 인권, 여성문제’등의 사회문제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전후 ‘평화’라는 가치를 일본사회에 확고한 시대인식으로 가꾸어간 세력이 바로 이 ‘생협운동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일본생활협동조합운동은 이러한 토양속에서 가능했다. 이와같은 토양속에서 ‘조합원의 자주적 참여’라는 의식과 ‘젊은 활동가들의 헌신적 역할’ 그리고 ‘ 창조적 생협활동방식으로서의 반조직화’라는 독특한 ‘일본형 생협운동’이 시도될 수 있었고 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이와같은 일본의 실험은 전세계 협동조합의 연합체인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제33차 총회를 일본에서 개최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회의는 1992년에 있었으며, 이 회의를 통해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전후 협동조합운동의 위기를 ‘협동조합의 비민주화, 조합원소외’라는 것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를 아주 구체적으로 극복한 사례로서 일본생협의 경험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1995년 유엔에서는 일본생협운동그룹에게 모범적인 NGO에게 수여하는 상을 주었다.


3. 유럽사회의 협동조합운동의 특징과 수렴현상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유럽사회의 협동조합은 이미 대자본과의 경쟁관계에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각국의 협동조합은 합병을 통해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끝없는 대자본과의 경쟁에 있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민주적참여와 자주적 지배라는 원칙은 온간데없게 되었다.
다만, 유럽의 경우는 우리가 ‘생협’이라고 불리는 ‘소비자협동조합’ 대신에 생산의 영역에서 ‘경제의 민주화’를 추구한 ‘노동자협동조합’ 혹은 ‘생산자협동조합’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 최대가 아마도 스페인 몬드라곤 지방에서 실험한 ‘협동조합지역사회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은 아마도 나중에 우리가 살펴야 할 ‘유기농생산자협동조합’과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지역공동체건설’이라는 화두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유럽의 경우 도시우위 혹은 공업우위의 생산자협동조합 유형이었다면, 우리가 추구할 것은 농촌우위 혹은 농업우위의 생산자협동조합 유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생협은 소비의 영역에서 풀어가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운동이 ‘생산’의 영역에서 풀어간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최근들어서는 ‘워커즈콜렉티브’라는 형태로 생협조합원들간의 협동을 통해 작은 ‘협동조합기업’을 만들어내는 활동들이 활발하다. 협동조합운동을 ‘소비’의 영역을 넘어서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우리의 경우 현장귀농학교를 진행하는 지역공동체를 불교생협연합회의 생산자회의 큰 축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생활협동조합 이외에도 생산자협동조합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해야 할 입장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생협운동의 현실도 바로 이 생산의 영역으로의 확대를 꿈꾸고 있다.)
국제적인 협동조합운동체의 경험교류를 통해 현대에는 유럽형에서는 일본형의 모델을 배우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유럽사회의 ‘생산자협동조합 - 협동조합지역사회론 - 사회적경제’라는 개념들을 배워가는 것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4. (생활)협동조합과 경제의 민주화 문제
생활협동조합 혹은 협동조합 문제를 공부하다가 보면, 하나의 의문이 떠오른다. 협동조합운동이 생겨난 가장 큰 이유가 뭘까?라는 것이다.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오늘 나는 그것을 ‘경제의 민주화’라는 것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현대사회가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되더라도 도저히 민주화 되지 못하는 곳이 경제이다. 이것은 경제에는 경제주체인 기업의 오너가 한사람 혹은 몇몇의 과두체제이기에 그러하다.
그야말로 ‘국가기구의 민주화는 했으니, 이제는 기업이다’라는 과감한 한걸음이 느껴진다.
협동조합운동가들의 가슴속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과감한 도전정신이 들어있다. 협동조합의 역사속에는 주식회사를 뛰어넘어 인간적인 경영의 주체로서의 ‘협동조합기업’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협동조합기업들간의 지역적 협동’을 통한 ‘협동조합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이 숨겨져 있으며, 이들은 조합원들만의 배타적 의사결정을 넘어서 자신들의 토대인 지역사회와 전체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의사결정하고자 하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나는 이와같은 생협운동의 도전정신과 경험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나갈지가 궁금하다.
실업문제와 농업농촌의 붕괴, 생명평화의 한반도사회를 만드는 문제, 국제적인 에너지전쟁, 거대한 기아문제 등에 직면한 현대사회가 협동조합의 역사경험속에서 어떠한 해법을 제시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되는 의문이다. 생명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내가 오늘 생활협동조합운동의 역사와 논리에 대하여 공부하는 이유이다.
(‘귀농과 생협이 어떻게 만날까?’, ‘농업농촌의 회생과 생협운동’, ‘평화적 일자리와 생협운동’, ‘생명평화의 세계질서와 생협운동’ 등에 대한 확고한 관계정립 등은 공부하고 올려야겟다.)

(2551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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