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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불교귀농학교를 준비하며 -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5:52 66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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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요즘은 걱정이 앞섭니다. 오는 2월 6일은 '3기 불교귀농학교' 입재식이 있는 날입니다.
과연 50명의 정원을 목표로 시작한 수강생 모집이 제대로  진행될 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지난해에는 각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불교귀농학교'의  출발에 적극 동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직접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소위 '조계종 사태'의 여진이 아직도 여전합니다.
매일 조계사 정문과 후문에서는 자칭 '정화개혁회의' 사람들의  선무방송이 여전합니다.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 제29대 총무원장 선거의 부당성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아직도 교단의 대부분의 공식체계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무원의 경우도 이제 막 새로운 인사발령이 나, 각급의 실무진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계 언론들도 홍역을 치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불교귀농학교' 식구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원래 지난해 말에는 올 1월 15일을 전후해서 '3기 불교귀농학교'를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11일에 시작된 '조계종 사태'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되었습니다.
여하튼 아직 모든 것이 정상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불교귀농학교'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식구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보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 '3기 불교귀농학교'의 내용은 대략 세가지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째, '조화로운 삶'입니다.
이 주제를 가지고 대략 세꼭지 정도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위기의 시대 대안의 철학(도법스님)'과 '왜 귀농운동을 하는가?(이병철 님)' 그리고  '생태운동과 불교운동(유정길 님)'  등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 강의들에서는 주로 세계관과 인생관의 문제를 다루어 질  예정입니다. 작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귀농학교의  입학생들은 대략 세가지의 부류의 사람들로 나누어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부류는 평소에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삶'에 동경을 가지고 있던 분들입니다. 대개 이 분들은 '막무가내로 자연친화적(?)'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반(기계)문명'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 소위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인해 실업자 대열에 낀 분들입니다. 따라서 이 분들의 경우  대단히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평소에 '농촌생활'에  대해 꿈꾸어 오던 분들이  일정한 계기가 되어 수강 신청을 한 경우입니다. 이 분들의 경우 대개 나이가 꽤 들어 주로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분들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이런 분류가 두 개 혹은 세계씩 뒤섞여 나타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불교귀농학교'에서 던지는 첫마디는 굉장히 냉혹합니다.
'돈벌이 욕심으로 농촌에 갈려면 좀  어렵더라도 도시에서 사시는게 낫습니다.'
'우리들 삶의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농촌이라고 해서  달라질게 없습니다.'
'크고, 빠르고, 많은 것에 가치를 둔 삶에서  가난을 선택할 수 있습니까?'
이런 식의 요구와 주장은 애초에 귀농학교에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는 생각으로  온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초반기에 진행하면서 굉장히  항의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불교귀농학교'에서는 농사짓는 법도 강의합니다.

두 번째, 대주제는 '친환경적인 농업'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주제에는 '복합영농', '유기농업', '환경농업', '오리농법' 등을 강의합니다. 물론 이론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대개 우리나라의 농촌현실은 '환금작물  위주', '화학농법', '투기성 영농형태'로 주류농업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주곡위주로 농사짓되, 될 수 있는 한 비료와  농약은 쓰지말고, 땅을 살리고  생태를 살리는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나아가서는 다 죽어버린 땅에서 25%를 밑도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올리는데도 기여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류의 강의를 듣고난 수강생들은 크게 두가지의 반응을  보입니다. '나에게 새로운 삶의 영역을 보여준  여러 선배농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뭐 이런 식의 반응도 심심챦게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냐?' 혹은 '내가 뭐, 도 닦으러 농촌갈려고 하는 것이냐?' 등등 굉장히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듣기에도 이런 식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주곡위주의 생태농법'이 정착되기에는 매우 열악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주곡위주의 농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나아가 생태농법 혹은  유기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면, 이미 오염된 토양에서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소출이 굉장히 줄어듭니다. 땅이 기름진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비료나 농약대신 많은 양의 퇴비나 거름을 땅에 뿌려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방법입니다.

세 번째 대주제는 '더불어사는 사회'입니다.
이 주제는 '생협운동', '협동적 농촌사회', '자연교육', '공동체 마을', '가족의 역할' 등에 대하여 강의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수강생의 많은 수가 사실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부부가 듣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부인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남편들만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수강생들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혼자 혹은 자기가족끼리만 농촌에 들어가  농사지으면서 오손도손 살 꿈을 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불교귀농학교'에서의 강의는 '반드시  가족의 동의를 구해 함께 갈 것이며, 될 수 있으면 몇가족이 함께 공동체를 구성'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대개 먼저 농촌생활을 시작한 선배 농민들로 구성된, 강사분들에 의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튼튼한  뿌리내리기'가 힘들다는 조언입니다. 이 강의들이 진행되고 나면, 한결 수강생들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끼리끼리 그룹을 지어  술자리를 마련하여 활발하게 진행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은 이미 귀농을 포기하고  맙니다. 아예 귀농학교에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제 또 한번 이 '싸움(?)'을 치루어야 합니다. 작년도에는 이 싸움을 아주 힘들게 치루었습니다. 작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이 쏟아졌고, 한번도 경험치 못한 일들이  자주 터져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더 노련하게 이 싸움을 치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농학교를 진행하면서 우리들끼리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면, 우리들은 그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질문에 대하여 어떤 대답을 할까요?(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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