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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리는 ‘공감’의 능력

인드라망사무처
2022-11-13 22:09 7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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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리는 ‘공감’의 능력  

강수돌(인드라망 전문위원)



메리 고든이라는 캐나다의 교육자가 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유치원 교사를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가 가진 힘’을 발견하고 지역에 사는 갓난아기를 초·중등학교에 초대해 아이들로 하여금 한 학년 동안 성장 과정을 지켜보도록 했다.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치원, 초등, 중등 아이들은 갓난아기의 순수하고도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교육적 성장을 이루었다. 즉, 아이들은 사회 편견이나 고정 관념에 노출되지 않은 아기를 만나면서 자신의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감정을 재발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렀다. 이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 10년 뒤 캐나다 전역에서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퍼센트나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또한, 공감 능력의 발달과 함께 학습 능력도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감의 뿌리’는 현재 캐나다 9개 주와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지에서 5만여 학생을 만나고 있다. 메리 고든은 1996년 캐나다에서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를 설립하여 사회적 기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엔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등의 저자 제리미 리프킨이 <공감의 시대>를 펴냈다. <공감의 시대>는 고대 신화적 의식의 시대로부터 기독교 문명의 발흥, 그리고 18세기 계몽주의 및 19세기 이데올로기의 시대와 20세기 심리학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에서 인간의 공감이 어떻게 계발돼 왔는지 고찰한다. 게다가 그는 앞으로 경제는 경쟁과 독점의 시대가 아니라 공감과 협력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간 이해에 기초하고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의 경제 체제에 동승한 개인, 기업, 나라만이 살아남는다.”


약 10년 전 내가 직접 경작하는 텃밭에 우리 아이들이 지렁이와 놀던 때가 있었다. 보통 도시 아이들은 지렁이만 보면 기겁을 한다. 사실 어른인 나도 지렁이나 뱀만 보면 끔쩍끔쩍 놀란다. 그런데 지렁이는 유기농 농사에서 엄청 중요한 일을 한다. 음식물 등 각종 유기물을 분해하여 마침내 퇴비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생태 순환 형 살림살이 경제에 지렁이는 매우 소중한 존재다. 이런 걸 알고 난 뒤 나는 아이들에게 “지렁이가 없으면 맛있는 상추도 못 먹는다. 지렁이가 큰 일꾼이란다. 지렁이에게 고마워해야 한단다.”라고 알려주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지렁이를 친구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행여 지렁이가 밭에서 기어 나와 길가에서 길을 잃고 있으면 아이들은 조심스레 지렁이를 손에 담아 밭으로 넣어주곤 했다.


바로 이런 것이 이 죽임과 혼란의 시대에 절실한 ‘공감의 능력’이 아닐까? 이러한 인간적 능력(공감, 소통, 연대)의 회복이야말로 메리 고든이나 제리미 리프킨의 메시지처럼 나를 살리고 관계를 살리고 경제와 세상을 살리는 토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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