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 생명공동체>와 실상사 사람들 > 마을공동체

본문 바로가기

인드라망 아카이브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와 실상사 사람들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05 630 0

본문

*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하면서 쓴 소감을 적은 것입니다. (1999년 9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와 실상사 사람들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지난 9월 11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8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한  단체의 창립총회를 가졌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이 단체를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단체를 이끌어갈 상임대표로 실상사의 주지스님인 도법스님을 모셨습니다.
도법스님은 상임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인연관계에  의해 맡겨진 소임을 성심껏 수행할 것임을 약속'하셨습니다. 아울러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의연하게 각 소임에 맡는 역할을 당부'하였습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는 창립식을 9월 11일에 가졌을 뿐입니다. 사실 정식으로 이름 붙여지기 이전에도 비록 다른 이름이긴  하여도 준비과정은 꾸준히 진행되었습니다.

2. 지난해 3월 27일을 기해  '불교귀농학교'라는 이름으로 이  운동은 시작되었습니다. '불교귀농학교'는 농촌으로  돌아가, 농업을  통해 생활을 꾸려나가 보고자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한 교육기관입니다.
농촌으로 돌아가 농업을 통해  생활을 꾸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도시의 삭막한  경쟁관계가 싫어서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어떤 분들은 '지속가능한 인류의 생존방식'을 찾아야 할 만큼 현대문명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귀농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IMF위기에 놓인 국가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나빠서 직업을 바꾸려고  귀농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다양한 이유로 인해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용기도 주고, 정보도 공유하고, 귀농을 위한 전반적인 일머리를 잡아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불교귀농학교'는 여러 가지 강의와 현장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불교귀농학교'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불교귀농학교'에서는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몇가지로 압축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생명농업을 추구하는 농민을 육성하고, 두 번째가 흙과 함께 건강한 농촌문화를 만드는 주체를 육성하고, 세 번째가 연기적 세계관으로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목표 속에는 비록 다양한 이유로 귀농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튼튼하고 올바른 귀농'이 실현되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몇가지 가치가 제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첫째, 현대사회에서 생명(유기)농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현대 도시문명 중심으로 본다면, 농업노동은  벗어나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불교귀농학교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먹거리를 다루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더구나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는 생명(유기)농법을 택하는 것은 먹거리를 다루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지난 40여년간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 모자란 농업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각종 화학비료, 농약 등에 의존하는 농업방식이 우리나라의 모든 농촌에 보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농업방식은 결과적으로 땅을 죽이고, 농민들의 건강을 헤치고, 오염된 땅에서 나온 농산물을 먹는 도시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불교귀농학교에서 가르치는 생명(유기)농업은  바로 땅을  살리고, 농민들을 살리고, 우리의  아들, 딸, 형제들인  도시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농촌사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농촌사회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우리의 어버이 세대들은 자식들이 도시로 나가 자리잡는 것이 큰 벼슬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황폐해졌습니다. 명절을 제외하고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어져 버린지 오래라고 합니다.
'불교귀농학교'에서는 도시의  젊은 세대(3-40대)에게  농촌사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다시금  농촌사회에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래전에 귀농을 결심하고  약 10-20년  동안 농촌에서 생명농업을 지켜오고 있는 선배농민들이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우리나라의 농업기반이 무너져 속절없이 안전이 검증되지 못한 외국의 농산물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이 맡겨지는 것을 예방하는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이제 젊은세대들이 중심이 되어 농촌사회에 소규모학교도 다시금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문화도 다시금 회복하고, 아이들이 다시금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의 중요함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입니다.

셋째, 우리나라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치관과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명(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대신하여 사람의 손이 더 많이 가는 농업방식입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농촌에서 나서, 자라고,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 농촌도 그에 합당한 사회와  경제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농촌과 농촌문화는 벗어나고,  마땅히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어 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제는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먼저 농촌지역의 경제와  사회, 교육 등  사람이 살만하도록 힘써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랜  동안 사람들이 농촌지역에서 다시금 살 수 있고 또 그래야 지역문화도 다시금 생겨날 수  있습니다.

3. 우리가 '불교귀농학교'를 진행하면서  가장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상과 같습니다.
그런데 귀농자들이 이러한 작업을 꾸준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열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략 두가지 부류의 사람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가 생명(유기)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유기농산물의 소중함을 생활속에서 깨닫고,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이 절실함을 느끼는 도시인들이 필요합니다.
이 분들은 스스로가 귀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도시속에서 귀농자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는 '불교생활협동조합학교'를 개설하여 운영중입니다.
'생활협동조합'은 도시의 소비자들이 스스로 조직하여 바른 먹거리운동, 환경운동, 각종지역운동  등을 벌이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 분들을 중심으로 지금 도시에서는 생명(유기)농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으며, 땅을  살리고, 농촌과 농업을  지켜내고, 환경오염을 막아내는 일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교생협학교'는 이러한 일들을 도시지역의 큰 사찰의 신도분들에게 알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의 봉은사, 능인선원, 영화사 등의 사찰과 경기도의 광명시 금강정사, 부천의 석왕사, 수원의 수원포교당 등에서  우리와 뜻을 함께 하여 생협을 준비하는 모임를 진행하고 유기농산물  매장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바른  먹거리를 보급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4. 다음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분들은 농촌지역에서 이미 살고  있는 분들입니다.
사실, 막 귀농을 결심한 분들은 농촌사회에 대하여는 거의 유치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은 농촌생활에 관해서는 거의 어린아이와 다름 없습니다.
현재까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는 실상사와 주변지역의  분들이 이 소임을 맡고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실상사가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농촌사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상사의 경우에는 특히 몇 가지 더 큰 도움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귀농자들을 위한 '귀농교육'의 성지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실상사는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를 개설하여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이 최대한 유기농법과 농촌문화 그리고 공동체적 삶에 대한 정보를 많이 배우고  귀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개월 가량의 현장체험을 가지고는 농촌생활과 농업에  관한 지식을 완전히 배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약  3-5년이 걸리는데, 이 분들에게 기존의 농촌분들이 약간의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손쉽게 농촌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실상사와 그  주변의 신도분들은 '실상사  귀농전문학교'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더욱더 친근한 예비농부들의 벗이 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실상사 귀농전문학교'에 입학하는 분들은 전국의 큰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초이론과정'을 수료한 분들입니다. 전국에는  '기초이론과정'이 약 12개 개설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분들의  경우 불자들도 있지만, 기독교인이나 카톨릭 그리고 무종교인들도 다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를 인연으로  '튼튼한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한 귀농전문  교육기관입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남원지역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교육기관이  실상사에서 처음 개설된 것은 우리 불교집안이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도시사찰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훌륭한 생산기지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핵심은 '바른  먹거리 운동'입니다. 농촌지역에서 생명(유기)농업을 통해 생산된 생명농산물을  도시인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운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과 그것을 소비하는 도시의 소비자들이 서로 얼굴과 얼굴을 알고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실상사와 실상사가 속해있는 남원시는 농촌지역입니다. 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는 제일먼저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생명농산물을 생산-가공하여  공급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지역에서 생명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이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알 수 있는 농촌체험 학습의 장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경제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돌아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농촌지역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역할이 농촌의 생산기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사찰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를 모범적으로 건설해 주어야 합니다.
실상사와 실상사의 사람들은 남원지역에서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던 분들과 함께 지역생태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튼튼한 귀농'은 기존의 지역민들과 귀농자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귀농자들의 정착을 돕고, 귀농자들은 지역민들과 어우러져 서로 배우는 삶을 살 줄 아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귀농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사와 실상사의 사람들이 지역생태공동체를 위한 노력을  한다면, 예비귀농자들에게는 하나의 든든한 언덕이  생겨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상사가 속해있는 남원시에는 '남농영농조합'이라는 농민단체가 있습니다. '남농영농조합'은 남원시에  살고 있는 생산자들이 약 100여분 모여서 '지역경제와 생명농업'을 기치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는 실상사와 '남농영농조합'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남원지역을 '생태공동체'지역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예정입니다.
지역생태공동체 운동은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그리고 지역교육, 지역문화 등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것을, 서로 경쟁하는 문화에서 서로 살리는 문화로 바꾸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상사와 실상사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곳입니다.
실상사와 실상사 사람들이 추구하는 '지역생태공동체'를 위한 노력은 향후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