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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불교생협학교를 마치면서...

인드라망사무처
2022-11-08 16:12 58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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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99년 4월에 쓰여진 것입니다. 이때에 인연을 맺은 분들을 중심으로 하여 지금은 '불교생협운동본부'라는 참여기관을 통해 조직적으로 정비되어 있으며, 봉은사 능인선원 등 몇몇 사찰의 유기농산물 매장을 통해 우리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단체의 초창기의 모습이 비쳐지기도 합니다. 참고를...


제1기 불교생협학교를 마치면서...
이정호(생협이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1. 실상사 도라지밭의 풀메기를 하면서,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도라지의 기지개를 봅니다. 질긴 잡초의 밑둥을 잡고 크게 힘쓰면, 넓게 자리잡은 잔뿌리와 함께 한움큼의 흙이 같이 달려옵니다. 횡하니 뚫린 흙더니 속에서 수개의 도라지 새순을 봅니다.
앙증맞게 머리 내민 도라지 새순의 여리지만 힘찬 모습을 보면서, 뽑혀진 잡초를 한쪽에 쳐박아 버립니다. 애고 이러니 잡초라고 이름붙여진 많은 풀들은 그렇듯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밭에서 자생하나 봅니다.
여하튼 잠시만의 머뭇거림으로 이내 다시금 정돈됩니다. 잘못하면 막 자라기 시작한 도라지 새순을 다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도라지는 일년을 굶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잡초에게 '너는 거름이 되거라' 하면서 과감하고도 조심스럽게 밭을 정리해 가야 합니다.
밭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지난 2주동안 서울에서 '불교생활협동조합 학교'를 같이 수강한 분들입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분들이 몇시간을 꼬부리고 앉아 풀뽑기에 열중하니 꽤나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나름대로 익숙해지거나 고통을 이겨낼 무엇인가에 의지하면서 참고 있겠지요.
동료들 13명과 함께 실상사에 왔습니다. 이번 실상사 행은 '불교생협학교'의 다섯 번째 강좌인 '생산지 현장실습' 프로그램입니다. 제1기 '불교생협학교'는 지난 3월 30일부터 시작하여 지난 4월 8일까지 매주 두 번에 걸쳐 이론강좌와 '소비자 생협탐방'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의 다섯 번째는 그냥 다섯 번째의 강좌가 아니라, 이번 1기 '불교생협학교'를 총화하여 평가하는 장이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그러니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평가도 해야하고 향후 지속적인 '불교생협학교'의 진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도라지밭을 메는 노작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2. 지난 3월 30일 조계종 포교원 건물 3층 회의실에서는 '불교생협학교'를 위해 모여든 십여명의 사람들이 반가이 서로를 맞았습니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분은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유정길 사무국장이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환경문제와 도농공동체 운동에 대한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매기로서 생태농업과 반도시적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권형근 소장님이 진행했습니다. 주제는 생활협동조합의 이념과 역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초기 생활협동조합이 도시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공동구매' 정신을 통해 시작한 약자들의 운동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구매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한 이념으로 지켜져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생활협동조합은 도시인들이 농촌사람들에게 시혜적인 차원에서 벌여주는 한판의 잔치가 아님을 역설했습니다. 도시인들은 자신의 밥상과 공기가 어떻게 오염되며, 자신의 생존과 가족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지를 철저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생활협동조합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이념이라고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보다 더 믿을 수 있고, 체계적인 생산활동이 되도록 제반 제도적 장치로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품질보증제 등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생협중앙회의 노욱과장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생활협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원칙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노욱님은 생활협동조합이 가지는 자주성에 대한 강조를 하였습니다. 즉 생협은 조합원들이 출자자요, 운영자요, 이용자라는 철저한 자주적 원칙에 입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생협의 1인 1표주의의 원칙과 주식회사 제도와의 차별성을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노욱님도 역시 생협의 시작은 사회, 경제적인 약자들이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전개한 운동이며, 지금도 여전히 똑똑한 몇사람보다는 다수의 약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 전개해 나가야 할 다수자 운동임을 강조했습니다.
네 번째 강의는 현재까지 불교계의 유일한 생활협동조합인 석왕사 생협에 현장탐방을 갔습니다. 석왕사 생협의 이금자 상무님의 안내로 석왕사 생협매장을 둘러보았으며, 참가한 교육생들의 진지함이 많은 질문과 함게 묻어나왔습니다.
견학 후 이금자 상무의 한시간 반에 걸친 석왕사 생협의 발생과 현재의 운영상황을 들었습니다. 이금자 상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불교계는 두가지 면에서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장점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부처님의 연기적 사상입니다. 즉 불자는 누구나 세상의 연관성에 대하여 사고하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기적 세계관은 생활협동조합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먹거리를 통한 생태계의 보존' 등과 친밀함을 금방 드러낼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도시사찰과 신도들의 존재입니다. 이는 생협운동에 있어서 커다란 동반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찰이라는 공간과 이를 공유하는 신도들의 존재는 생협운동이 불교계에서 대중화 될 수 있는 굉장한 언덕이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러한 생협운동은 사찰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는 것입니다. 생협을 통해 조직된 조합원은 신도분들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주민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한 장기적인 포교도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는 귀띔이었습니다.

3. 다섯 번째의 강의가 실사사 현장견학이었습니다. 현장견학프로그램에서는 실상사 농장식구들과 남원지역의 유기농생산자들인 '남농영농조합'의 생산자분들 그리고 불교생협학교의 수강생들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약간의 노작 그리고 불교귀농학교의 교장선생님인 도법스님의 강의와 실상사에 대한 소개 등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17일 밤에 실상사 농장의 마당에서 진행된 생산자들과 예비 생협활동가들간의 만남은 서로 서먹한 소개의 시간을 가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생산자들도 처음갖는 자리이고, 생협학교 수강생도 처음이고, 역시 생협학교를 진행한 우리들도 처음인 낯선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가 그리 심도있지는 않았습니다. 생산자들은 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생협학교 수강생들은 그동안 느껴왔던 여러 가지 먹거리에 대한 궁금한 점에 대하여 의견을 내었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는 생활협동조합운동 그리고 나아가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이 가지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일임이 틀림이 없다는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에는 역시 굉장한 부담감을 함께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변변한 생산기지도 가 제대로 된 물류유통체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이러한 제반의 어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나아려움과 불편함에도 꿋꿋하게 이 운동의 뜻에 동참하며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각성되고 훈련된 든든한 동반자들이 함께하고 있지 못함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실상사농장과 남농영농조합의 생산자들이 실상사를 중심으로한 남원지역의 튼튼한 생산기지가 되자는 소박한 결의와 제1기 생협학교를 통해 형성된 우리들이 먼저 시작하는 사람들이 되자는 작은 결의로 자리는 마감이 되었습니다.
1기 불교생협학교에는 봉은사, 영화사, 능인선원, 수원포교당, 조계사, 경불련 등의 보살님들과 실무진들이 함께 했습니다. 총 17명의 수강생이 강의를 경청했습니다. 애초에 1기 불교생협학교는 내부교육용으로 제안되었던 것입니다. 일단 우리들이 생협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했고, 이러한 교육의 효과를 통해 향후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을 세우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차후에는 불교귀농학교와 같이 대중적으로 개방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4. 지난 4월 9일에는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만들어 졌습니다. 약23개의 사찰과 단체에서 참여의사를 밝혔습니다. 첫 모임에서 준비위원회는 준비위원장으로 봉은사의 원혜스님을 위원장으로 위촉했으며, 참여사찰과 단체의 대표자가 '준비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단체간 공동사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던, 불교귀농학교와 불교생협학교 그리고 여타의 몇가지 사업들을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의 사업으로 확정했으며, 운영위원의 결의를 집행할 두 개의 기관을 결의했습니다.
사무국과 집행위원회가 '도농공동체 준비위원회'의 집행을 책임질 두 개의 기관입니다. 사무국은 그간 불교귀농학교 사무국이 전환했으며, 집행위원회는 참여사찰과 단체의 실무진들이 구성할 '소비자 협의회'와 '생산자 협의회' 그리고 사무국이 함께 구성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제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약 3-4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출범을 서두를 것입니다. 단체에 필요한 정관을 작성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단체가 가지는 이념과 몇가지의 필요한 내부규정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각 지역에서 이 운동 동참하고픈 단체나 사찰과도 함께할 수 있는 조직작업도 함께 수반할 예정입니다.
이제 오는 4월 28일에는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의 집행위원회를 소집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불교 도농공동체 운동본부'의 창립일정과 정관작업 그리고 조직작업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어떠한 효과를 나타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이 운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고,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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