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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4호] 칼럼 -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아이지키기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29 69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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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아이지키기

김미란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환경호르몬 특집을 내보내고 난 후 하루에도 몇 번씩 환경호르몬에 대한 얘길 듣는다.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니 늘 환경호르몬이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부르짖어 온 환경단체 회원으로서 어쨌거나 반가운 일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에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 호르몬 흉내를 내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른다. 장차 정상호르몬이 나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호르몬의 활동을 방해하여 정상적인 시기에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없게 한다. 이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일생 중 가장 발달이 많이 이루어지는 태아와 갓난아이들이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몸에 쌓여 온 여러 화학물질을 물려받고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을 둘러싼 화학물질투성이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호르몬은 특히 여성화를 촉진하거나 정자수를 감소시키는데, 그 영향이 계속 누적되어 현재 남성의 정자수가 1940년대에 비해 45%가량 줄었고 일반적인 생식기 관련 질병 외에도 여자아이들의 성조숙증이나 남자아이들의 요도하열, 정류고환 같은 증상이 늘고 있다. 사람에게 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동물들의 번식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사례들이 이미 1950년대부터 관찰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가 늘 편하게 쓰는 합성세제나 비닐․플라스틱 제품, 스티로폼과 랩, 살충제, 농약, 식품첨가물 같은 것들 속에 들어 있다. 그럼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쩌면 좀 지저분하게 사는 것이 방법이다.


환경호르몬이 나올 뿐 아니라 생태계에 아주 부담을 많이 주는 합성세제를 좀 덜 써 보자. 빨래할 때 때를 쏙 빼 준다는 합성세제 말고 빨래비누를 쓰거나 좀 수고스럽더라도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세제를, 진정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우리들이라면 찾아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부엌용 세제도 마찬가지다. 물비누 대신 밥할 때마다 나오는 쌀뜨물을 써 보자. 기름기 있는 그릇은 과일껍질이나 버리는 양말 따위를 잘라서 기름기를 닦고 쌀뜨물에 담가 설거지하면 뽀드득하니 말끔하게 씻을 수 있고, 설거지 후 세제가 남아있을 걱정도 없다. 쌀뜨물이 없을 땐 밀가루를 조금만 물에 풀어 같은 방법으로 쓸 수 있다.


두 번째로 일회용기나 비닐 플라스틱 따위를 좀 덜 써 보자. 먹거리를 담는 그릇도 플라스틱 그릇 보다는 도자기나 스테인레스, 유리그릇 등을 사용하면 좋겠고, 뭔가를 사서 가져올 때도 비닐봉지 말고 장바구니를 써 보자. 천 장바구니 하나를 차곡차곡 접어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에 넣어 두면 당당하게 “비닐봉지 필요 없어요.” 할 수 있다. 생협에서도 포장재로 비닐 말고 다른 것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비닐봉지는 쓰레기통에 넣지 말고 꼭 분리수거하자.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태워 나오는 다이옥신도 환경호르몬이다.


세 번째, 될 수 있으면 새 물건을 사지 말자. 새 옷, 새 플라스틱 장난감, 플라스틱 가구, 새 장판... 플라스틱 물건들은 끊임없이 환경호르몬을 내뿜고, 새옷은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합성섬유라면 말할 나위도 없고. 특히 계속 자라나는 아이들 옷은 이웃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는 좋은 전통을 만들어 보자. 꼭 사야겠거든 천연소재로 만든 것을 사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냄새를 날린 후 사용하자.


네 번째로 집에서 살충제를 쫓아내자. 뿌리는 살충제나 모기향, 훈증매트 모두 환경호르몬 등 화학물질 범벅이고, 모기장을 쓰는 편이 모기에도 훨씬 덜 물린다.


마지막으로 먹거리. 우리 몸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오는 가장 확실한 통로는 먹거리다. 농약범벅이 된 농산물이나 별 고민 없이 선택하는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우리는 환경호르몬도 함께 먹고 있다. 농약을 최대한 줄인 유기농산물을 고르고,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첨가물투성이 식품은 피하자. 때깔 좋은 수입과일은 대개 농약범벅이고, 손이 잘 가는 인스턴트식품은 대개 첨가물범벅이라는 걸 잊지 말자.


우리 건강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야 한다. 미래를 저당잡혀 당장의 편리함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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