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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5호] 인드라망 소식 - 실상사농장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40 75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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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농장



밤새 도둑같이 입동에 맞춰 첫눈이 내렸습니다.


예년보다 보름 일찍 내렸다고 하니 올 겨울도 꽤나 길어질듯 하여 서둘러 겨울을 날 땔감을 서너 트럭분 실어서 한쪽 편에 내려놓고 또 한 켠에서는 열심히 도끼로 쪼개 화목보일러 옆에 보기 좋게 쌓아 두었더니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딴은 대단한 양이라 가늠했는데 한 달 조금 넘길 분량밖에 안된다니 허망한 마음으로 잔불까지 애써 주워 담아 보고 있습니다.


가을걷이 끝나고는 어지간히 큰일들은 다 마무리 되었다 싶어 해찰하고 싶다가도 만들다 보면 끝이 없는 것이 시골일일까요, 바쁠 때 미뤄두었던 묵혀 논 쟁기질하고 표고하우스 차광막 보수하고 또 내년에 쓸 쌀겨, 왕겨, 깻묵, 규토질 등을 미리 챙겨 놓는 것들로 변함없이 하루 이틀 꾸역꾸역 채우고 있습니다.


또 곧 있으면 9월에 갈아 둔 배추를 수확할 때가옵니다.


만여 포기 갈아서 일일이 진딧물, 청벌레 등을 잡고 가을가뭄도 어찌어찌 힘써 잘 넘겨서인지 속이 실한 놈으로 한 6,000여 포기 정도 내다 팔수 있을 것 같네요. 작년보다 작황이 더 좋아 내심 이런저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들리는 소식으로는 배추가격이 턱없이 떨어졌다 소리에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네요. 애써 노력한 만큼 보람이 쥐어진다면 좋겠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할 만큼 했으니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려 합니다만 이심전심 마음 한편은 쉬이 편해지질 않습니다.


11월 마지막 주엔 사중식구들과 함께 김치를 담글 예정입니다. 여기 실상사 인근은 예로부터 포근한 동네라고 합디다만 곧 죽어도 지리산이라는 실감이 날만큼 바람이 아주 찹니다. 목도리하고 묵직한 파카로 감싸도 날카로운 소리로 달겨드는 바람에는 자라목이 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데, 한해 마지막 일거리인 만큼 그 날은 바람도 자고 햇볕도 따스하니 다들 고생을 덜었으면 합니다.


김장이 끝나고 12월에 접어들면 한해 농사를 마감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동고동락했던 일과 어울림들에 대해 아쉬움과 토닥거림, 쓴 소리와 단 소리들이 격의 없이 오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보면서 다음 소식에선 한가로운 풍경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실상사 농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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