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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사이야기_누구를 위해 배아는 희생되는가_박병상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4:58 78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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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배아는 희생되는가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제발 부탁합니다. 저희들의 고통을 더는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현직 장차관과 대학총장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지도층 인사가 총 망라된 황우석 공식후원회장에서 가수 강원래 씨의 아내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눈물 흘리며 호소한 말이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복제연구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수많은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연구를 막지 말아달라는 김송 씨의 눈물어린 호소는 졸지에 냉혈아가 된 시민단체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진정, 시민단체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막고 있었던가.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희들이 십일조 꼬박꼬박 내고 있을 때 신부님은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셨나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제정 방향을 놓고 종교계, 시민단체, 정부, 과학계가 모여 공개토론회를 열 때였다. 앞자리를 차지한 불치병과 난치병환자와 그 가족들은 배아복제의 문제를 제기하는 종교계 인사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그때 단상에 앉은 신부는 몹시 난처해했다. 의사가 아닌 신부로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건만, 배아복제로 치료 가망이 없다는 걸 모르는 채, 일부 생명과학자들의 호언장담만 믿고 신부에게 항의하는 신자들의 분노에 찬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건강할 줄 아십니까. 만일 당신 아이가 불치병에 걸렸어도 계속 반대만 할 수 있을 것 같소?” 유전병의 일종인 근육이영양증을 앓는 아이를 둔 어떤 부모는 배아복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사무국장에게 전화로 호통을 쳤다. 배아복제로 근육병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던 그는 “당신 아이가 계속 건강할지 어디 두고 봅시다!”하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연구단계이고 연구를 위해 굳이 배아를 복제할 까닭이 없다는 설득은 스러져만 가는 아이 치료를 위해 가산을 정리해야 했던 그의 귀에 차분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미 생명공학자의 장담에 세뇌된 뒤였다.

젊은 여성의 몸에 과배란 주사를 투여해 난자를 뽑아내면 그 여성의 몸은 한동안 혼란을 겪어야 한다. 건강한 여성은 여러 가지 호르몬의 조화로운 분비에 따라 4주 간격으로 좌우 난소에서 배란을 나누는데, 과배란 주사는 호르몬 순환에 격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반신마취 이후 과다한 난자를 잃은 난소는 불임으로 연결될 수 있고 심할 경우 난자 기증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누구도 감히 부정하기 어려운 목적인 불치병과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기술자들이 난자를 과감하게 취할 것이고, 난자를 구한 의료진들은 난자 기증자들의 건강회복에 관심이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자칫 여성의 몸이 난자 공급원으로 전락할 여성의 몸이 염려된다.

거친 과정을 밟아 빼낸 치료용 난자는 실험실에서 핵이 제거되고, 연구자들은 핵이 빠진 난자의 빈자리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치환해 넣어 고압전기로 자극한다. 난자는 수정란처럼 엉겁결에 분열을 시작하는데, 분열중인 수정란을 14일 이전에 잘라, 가운데 부분에서 아직 덩어리 진 세포들을 떼어낸다. 이 세포들로 200여 가지 세포조직으로 분화할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자궁에 착상되면 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은 결국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줄기세포는 ‘럭비공’이다. 아직까지 전혀 안전하지 않다. 원하는 세포조직으로 완벽하게 분화되지 않지만 일단 분화되었다고 해도 엉뚱한 세포조직으로 얼마든지 변하곤 한다.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순물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불안정한 세포조직이나 분화방향에 안정성 없는 줄기세포를 환자의 몸에 넣었다간 큰일을 치룰 수 있다.

줄기세포는 오로지 수정 이후 14일 이전까지의 배아만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별난 물질이 아니다. 수정란부터 수정 후 8주 이전의 배아로 가능하며, 8주가 지나 몸의 모든 장기와 세포조직이 완전히 분화된 태아의 몸에서도 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다. 막 탄생한 아기의 탯줄에 있는 제대혈도 가능하고, 심지어 태어난 지 오래된 성인의 신체에서 찾아 유도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체세포 핵으로 복제한 배아와 태아와 성체로는 물론 가능하고, 시험관아기를 시술하는 불임클리닉에 냉동된 상태로 보관중인 시술 후 남은 이른바 ‘냉동잔여배아’를 다시 분열시켜도 얻을 수 있다. 수정란을 복제했던, 잔여배아를 녹였던, 초기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지 않고 줄기세포를 유도하면 초기 배아가 죽지만, 착상 후의 배아를 꺼내면 사람 모습에 가까워지던 후기 배아도 생명을 잃는다.

태아부터 성체까지, 모든 세포조직이 분화된 이후에 유도하는 줄기세포는 럭비공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오직 한 가지 세포조직만 만들어 낸다. 흰 머리카락을 뽑아도 줄기세포는 흰 머리카락만 줄기차게 만든다. 배아는 발생 단계에 따라 분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수정 후 14일 이전의 초기배아에서 유도한 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200여 가지의 모든 세포조직으로 분화할 능력을 가지지만 스펙트럼이 완전히 열린 럭비공이고, 자궁에서 발생 중인 후기 배아에서 유도한 줄기세포는 분화되는 장기의 종류와 분화 정도에 따라 스펙트럼이 단순해지면서 좁아지는 럭비공이다. 럭비공 여부와 관계없이, 줄기세포는 오직 세포조직으로 분화시킬 수 있다. 일부 생명공학자가 잘 모르는 청중 앞에서 호언하는 바와 달리 구조가 복잡하고 정교한 장기로 성형되지 않는다. 만일 분화가 완료된 태아에서 줄기세포가 아닌 아주 작은 장기를 빼내 잘 배양한다면?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된 바 없지만, 이식받을 장기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태아는 무참히 희생될 것이다.

체세포 핵이식을 하든 냉동잔여배아를 녹이든, 배아로 유도하는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라 하고, 태아 이후의 몸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를 ‘성체줄기세포’라 칭한다. 최근 성체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잘 유도하면 원하는 특정 세포조직으로 다양하게 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연구들은 성체줄기세포는 럭비공이 아니므로 암세포로 바뀌지 않아 일부의 경우, 환자의 몸에 안정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고 한결같이 자랑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환자의 몸 중, 건강한 줄기세포를 찾아 유도할 수 있다. 일부 세포만 빼내 배양하면 된다. 하지만 성체의 나이가 많으면 줄기세포의 효능은 떨어진다. 분화되는 세포조직의 종류가 제한되거나 양이 작다. 세포가 나이든 만큼 피로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복제해 유도하는 줄기세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 세포조직으로 분화하는 줄기세포의 양적 질적 효율은 환자의 나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줄기세포로 치료하겠다는 불치병과 난치병의 대부분은 퇴행성질환이고 퇴행성질환의 대부분은 암이나 당뇨병이나 치매처럼 체세포가 피로해져 발생하는 노인성질환이다. 세포조직과 장기들에 노화가 발생한 신체에 젊은 세포조직과 장기가 갑자기 교체돼 들어오면 노인의 건강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성질환의 치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을 국가와 사회가 노인의 가족처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이들도 퇴행성질환을 앓는다. 어린이도 예외가 아닌 유전병도 있다. 그 발생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의료종사자들은 증언한다. 그런데 젊은이들의 퇴행성질환은 원인 제거가 훨씬 중요하다. 오염된 환경과 먹을거리와 스트레스가 발생 원인이 아니던가. 제도와 설비로 교통사고도 충분히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 유전병도 환경이 원인이다. 원인 제거 없는 젊은이의 퇴행성질환 치료는 장기적으로 공허할 수 있다.

원인 제거를 최우선으로 주력해도 일단 발생한 젊은이의 퇴행성질환은 치료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의 체세포는 건강하다. 럭비공인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젊은 환자의 몸에서 건강한 성체줄기세포를 찾아 안전하게 치료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겠다. 하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을성싶다. 그렇다면 사회정의와 보장 차원에서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적 고려가 제도적으로 완비되어야 마땅할 텐데, 그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비용의 크기는 사정없이 늘어날 것이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나이든 환자는 치료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신체의 피로 정도에 맞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겠다. 잠시, 다른 이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찾듯, 다른 이의 성체줄기세포를 선별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체줄기세포의 종류를 충분히 확보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건강한 젊은이의 몸이나 기증된 제대혈에서 다양한 성체줄기세포들을 관련은행에 축적해두면 많은 불치병과 난치병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배아줄기세포를 반대하는 대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거액을 투자한다. 물론 배아를 죽이는 줄기세포에 비윤리적으로 치중하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순 한 가지. 줄기세포로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을 외치는 일이다. 분명히 거액일 불치병과 난치병환자의 치료비를 받아 국가차원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그런 치료는 전혀 거룩하지 않다. 오히려 비윤리적이다. 비윤리적인 기술의 교역을 반대하는 국제 분위기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줄기세포를 자랑한다면 여간 민망한 노릇이 아니다. 그런데 아직 럭비공인 배아줄기세포로 모든 불치병과 난치병을 당장 치료할 수 있을 것처럼 언론은 일방적으로 홍보한다. 그런 언론에 근거하여 희박한 가능성을 기정사실인양 광고하는 자본과 일부 생명공학자는 무책임하다. 3000억불을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근거 없이 예고하는 천박한 행태는 어처구니없다. 그 사실여부는 둘째로 치고, 사람의 초기 생명체를 희생시켜 거액의 돈벌이에 국가 또는 자본이 나서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이러다가 우리 후손들이 거세되겠다.

배아줄기세포의 안전성 연구는 냉동잔여배아로 충분하다. 냉동 후 5년이 경과한 잔여배아는 부모의 허락을 받고 어차피 폐기해야 하므로 연구에 이용하자고 제안하는 생명공학자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성체줄기세포 은행은 배아줄기세포가 불필요한 세상을 앞당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러므로 체세포 핵이식 방법의 배아줄기세포는 무모하다. 작금의 광고 행위까지 더해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후손은 물론 환자들의 희생까지 강요하는 감언이설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줄기세포에 관한 상식을 무늬만 똑똑한 과학부와 경제부 기자들은 저버린다. 자신들이 철없이 옹립한 국보급 스타 과학자의 언설에 휘둘린다.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도 배아복제연구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작년에 불자대상을 수여했기 때문일까. 배아복제가 윤회라는 생명공학자의 주장으로 수천 년 이어온 불교경전의 깊이가 일거에 뒤집힌 것은 아닐 텐데.

인디언이라고 우리까지 덩달아 잘못 지칭하는 ‘북미원주민’들은 7대 후손을 생각하며 의사를 결정한다는데, 비판이 없는 세상은 전체주의와 다르지 않은데, 아,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돌 던지는 이 땅에서 배아의 생명은 누구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가.



박병상_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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