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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7호] 내 손으로 짓는 집 1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4:55 69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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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림집을 지으며 / 전순우(목수, 인드라망회원)


이번 달 부터 격월로 ‘내손으로 짓는 집’을 연재합니다. 집짓기 과정을 전순우 목수님 안내에 따라 쫒아가 볼 예정입니다. 지면으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첫걸음이다 생각하고 봐 주세요.



집터 고르기

대부분의 귀농자, 혹은 귀농을 꿈꾸는 이들은 집터를 찾아다닐 때 마을과 좀 떨어진 경치가 좋고, 전망이 탁 트인 곳을 선호한다. 마을 안 터가 협소하거나, 경제적인 문제, 혹은 농촌 정서에 익숙하지 않거나 전원생활에 대한 이상향 등등.


조상들이 삶을 일구고 살아온 마을들에는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그들의 지혜가 담겨있을 것이다. 마을 내부의 터가 아니더라도, 그 주위의 터이더라도 마을안의 이들에게는 그 터에 대한 많은 정보가 쌓여 있을 것이다. 자연재해로터 안전한지, 물 사정은 어떠한지, 볕은 좋은지, 바람은 거센지, 땅은 윤택한지 등등. 좀 더 신중하고 천천히 가면 어떨지?


미리 가서 살아보진 못할지라도, 맘에 드는 터가 있다면 수시로 들락거리시라.


볕 좋은 봄날에도, 눈보라 매서운 겨울에도, 장대비 쏟아지는 여름에도, 달빛 고요한 가을  밤에도 시간이 허락지 않는 다면 다만 며칠이라도 그 터를 어슬렁거리며 그 터를 느끼고, 바뀌어갈 모습을 맘속에 그린 이후에, 그 후에 터를 정하면 참으로 좋겠다.



설계도

“평당 얼마면 지을 수 있나요?”


살림집을 지으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며, 가장 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터마다 생김이 다르고, 그 터를 일구어갈 이들 또한 모두 다르다. 그래서 집도 다르다. 칸 사이 하나가 바뀌어도 기둥 치수가 바뀌고 집 전체 구조부재의 치수가 바뀐다. 집을 이루는 수많은 뼈대며 살이 하나 바뀌어도 전체 건축비는 들쑥날쑥 한다. 터는 어떠한데, 이런 저런 집을 짓고 싶은데, 건축비는 얼마의 여유가 있는데, 어떤 형태의 집을 지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게 더 좋지 않을지,


‘작은 공간이 아름답다.’


가족구성원에 따라, 성향에 따라, 원하는 공간이 모두 다르며, 그에 따라 내부 공간구성이 결정된다. 또한 내부공간은 그 터(외부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터의 사람들의 삶 또한 그 터와 집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여 설계도를 완성해야 한다.


주인과 집을 지을 목수는 수없이 많은 설계도를 그리고 지워가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여 설계도를 완성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목수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한옥의 장점을 충분히 설계에 반영하지 못 한 다는 점이다. 도시적인 주거공간에 익숙해져있는 주인으로서는 높은 천정과 큰방, 탁 트인 거실 등등을 원하지만,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 중심적인 비례감과 작고 오밀조밀한 공간들이 여기저기 재미나게 숨어있어 변화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우리 옛집에서 한 칸의 기본 크기는 8자*8자(2.4m*2.4m)이다. “혼자서도 편안하고 둘이 누워도 여유로운 크기” 인 한 칸을 기본으로 그 크기를 늘리고 줄이고 해서 공간을 이루어낸다. 설명하고 설득하여 조율하지만 주인의 의견. 취향을 존중해야 하므로 주인의 뜻에 따라 가지만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내가 지난 해 지은 ㄱ자 살림집의 안주인이 그랬다. 지금은 그 안주인이 후회하며 말한다.


“ 방 크게 하려고 하는 사람 있으면 데려와요. 내가 설득시켜 줄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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