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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8호] 인드라망소식 - 생협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5:33 58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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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일지

박경호 (인드라망생협 배송담당) 



불교생협에서 공급 일을 한 지 한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공급이라는 말도 처음에는 낮설었지만 단순히 사고파는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닌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생활재를 ‘공급’한다고 하는 것이  생협에 더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월수금 3일을 능인선원, 봉은사, 석왕사, 용주사포교당의 매장에 생활재를 공급합니다. 아침 7시에 물류센타로 출근해서 전날에 챙겨놓은 물품들을 공급 차에 싣고 출발합니다. 절에 있는 매장들은 깔끔하고 단아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매장에서 근무하시는 보살님들은 어딘지 모르게 다들 품위가 있어 보이고 상냥하셔서, 제가 업무에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아직까지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자주 저지르고 다니지만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사찰은 편안한 마음이 들어, 시간에 쫒기는 공급활동에 잠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사찰매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서 생활재를 전해드리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조만간 조합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일이 더 많아 질 것? 都求? 조합원 한분 한분을 알아 가는 즐거움을 기대해 봅니다.


생협에서 공급 일을 하면서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습니다. 아울러 생명력이 충만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귀한 먹을거리를 정성스럽게 다루어야 하는데 공급활동이라는 것이 힘든 노동과 바쁜 일정에 쫓기기 때문에 물품들에 정성을 쏟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생산자들이 정성들여 안전하게 만들고 살아있는 생명력을 준 생활재를 공급하는 일이 즐겁고 신이 나야 하는데 항상 그렇지는 못하고 피곤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 버거워 질 때도 있는 것입니다.


혹여나 나의 부주의함이 생활재들의 생명력을 갉아 먹지는 않을까 적잖이 우려되기도 하고


생산자와 조합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좀더 마음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생활재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이 생활재가 내손에 도달하기 까지 수고한 많은 이들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갈고 거름을 장만한 농부님과 작은 생명을 보살피는 바람, 태양, 빗물들,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들을 공급하는 저의 작은 노력도 함께 생각해 주신다면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요즘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와 절마다 예쁜 연등이 절 마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봄 햇살을 받으며 걸어오는 어여쁜 아가씨들이 형형색색의 연꽃등에 감탄합니다. 연꽃등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연잎을 하나하나 오려 붙이고 , 수많은 연등을 하나하나 정성스러이 매어단 분들의 수고도 함께 생각한다면 그 연꽃등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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