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0호] 인드라망이 만난 사람 - 백생학 회원 > 인드라망소식지

본문 바로가기

인드라망 아카이브

[소식지 10호] 인드라망이 만난 사람 - 백생학 회원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6:07 740 0
  • - 첨부파일 : 577468149_94f4c809_B9E9BBFDC7D0.jpg (357.9K) - 다운로드

본문


끝까지 기관사로 일하고 싶다 - 백생학 회원

박필성 (사무처기획팀)       


백생학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면 만날 수 있다. 열차를 모는 기관사면서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 편집위원장이다. 내가 월간 <작은책>에서 일할 때 잠깐 인연이 있었는데, 인드라망에 와서 다시 만나게 되니 참 반가웠다. 지난 6월 23일, 청년강좌 <경쟁 없는 삶을 위한 대화>를 들으러 온 백생학씨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옮겨본다.



입사한 지 10년 된 막내

저 입사한 지 10년쨉니다. 다른 직장에서 10년이면 후배들도 많고 그럴 텐데, 나는 아직 막내예요. 그동안 신입사원을 안 뽑다가 올 해 처음 뽑았다니까요. 우리 승무지부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를 통 털어 그래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회사에서는 오히려 사람을 줄이려고 한다니까요. 사람 뽑는 것보다는 자동화 기계를 늘이고, 노동자들한테 일을 더 많이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1인 승무’ 같은 경우가 그런 건데, 열차 한 대에 기관사를 한 명만 쓰는 거 말이죠. 사실 한 사람이 열차를 운행한다는 게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기관사들이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엄청 많아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은데. 시민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두 명은 타야합니다. 대구지하철 화재가 났을 때 일이 커진 것도 ‘1인 승무’ 때문이라고 봐야죠. 다행이 우리(1~4호선)는 ‘2인 승무’지만 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지금 ‘1인 승무’예요. 하지만 우리 지하철도 ‘1인 승무’로 바꾸려고 그래요. 요즘 한창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거나 자동시설을 늘여가는 게 다 그런 까닭이죠.


노조가 잘 되면 이런 걸 막아볼 텐데, 요즘 사람들이 당장 자기 눈앞에 이익이 아니면 움직이지를 않으니, 문제예요.



전교조가 인생을 바꿨다

제가 중3때 담임선생님이 전교조 활동을 하던 분이었는데 전두환, 노태우 욕을 막 하는 거예요. 영향을 좀 받았죠. 고등학교에 가서도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잘리는 걸 많이 봤어요. 거기에 반대하는 시위 같은 데 참여하면서 풍물도 치고 모임도 하고 그랬죠. 그러다가 대학생들하고도 친해지고, 노동자대회 같은 데도 가보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구로공단에서 한 삼 년 일하다가 96년에 지하철공사에 입사했죠. 들어올 때부터 노동조합 일을 하려고 했고요. 작년에 결혼 한 것도 전교조 선생님이 소개해 준 노무사와 일 때문에 자주 만나다가 눈이 맞아 결혼한 거예요. 이래저래 전교조가 제 안생을 바꾼 셈이죠.



도법스님한테 충격 받았다

성공회대에서 하는 노동대학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도법스님이 강사로 오셨어요. 2003년인가 그럴 거예요. 그때는 적도 많았고 증오하는 사람도 많을 때였는데, 도법스님께서 간디 이야기를 해주셨죠.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거나, 우리가 관계로 서로 얽혀 같이 사는 존재라는 말에 충격 먹었죠. 그런 이야길 처음 들었거든요. 아마 나 말고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예요. 그때부터 도법스님을 좋아하게 됐고, 인드라망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 뒤로 ‘가을한마당’이나 불교 강좌, 실상사 신년단식 같은 데도 참여했고, 불교귀농학교에서 포스터 붙여달라고 하면 도와드리기도 하면서 인연이 쌓이기 시작했죠. 신년단식을 같이 하셨던 분들하고 앞으로는, 서울에도 생명평화학교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인데 뭔가 이제 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게 뭐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생명’이나 ‘평화’같은 이름에 어울리는 대로 살아가면 될 것 같아요. 이 세대에 뭔가 꼭 바꾸겠다는 욕심 없이. 노조일이요? 노조일도 계속 해야죠. 그리고 기관사 일도 잘리지만 않으면 끝까지 하고 싶어요.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태워다 준다는 게 보람이 있거든요. 근데, 오늘 강의는 춤추는 거라고요?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