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농장 소식

김규동 (실상사농장) 

안녕하십니까, 인드라망 식구 여러분. 지금부터 농장 소식을 간단히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농장 농사의 가장 큰 일인 논 소식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오리 농을 철수하고 우렁이 농을 전면적으로 시작하기로 해서 처음부터 할 일이 많았습니다. 땅이 완전히 풀리기 전부터 오리 망과 오리집을 철거해야 했고, 무너진 논둑과 논둑 바르기를 논 전체에 걸쳐 하느라고 애 좀 먹었습니다.

상토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잘 해보려고 했으나 일기불순과 종자 불량으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네사람들로부터 산내면에서 모내기가 제일 잘 되었다는 평가를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본 논 만들기에서는 트랙터가 자주 빠지고 우렁이 농에 맞추어 논 고르기를 하는데 또 한 번 힘을 써야 했습니다. 이제는 다 끝났구나 했는데, 이앙기가 빠지고 작동이 잘 안되어 다시 한번 애간장을 녹였습니다. 결국 논 일부는 다른 사람을 불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이제는 드디어 끝났다 했는데, 황새나 까치 등 새들이 나타나 우렁이를 식사용으로 사용하더군요. 더군다나 힘들게 한 논 고르기가 제대로 안 된 곳이 많아 물 관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으니 ‘진인사대천명’이라. 결과를 기대해 보고 내년부터는 좀 덜 힘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다음은 고추 소식입니다. 고추도 올 초부터 파종과 모종관리로 정성을 꽤나 들였습니다. 농약과 비료를 안치고 튼실하게 키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작년에 모종이 별로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모종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잘 키웠다는 평가를 받아 일단 안심했습니다. 매년 오는 탄저병을 막아보고자 토양관리에도 신경을 썼는데 성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배수로까지 파놓고 장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우스에서도 처음으로 해보고 노지에서도 멀칭 안 하고 시험으로 해보고 있지요. 앞으로 어찌될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음은 감자소식. 이제 거의 캘 때가 되었습니다. 작년 감자가 땅이 좋지 못하고 풀 관리를 못해 거의 망해서 이번에는 신경 좀 썼습니다. 아니 신경 쓰게 되더군요. 굼벵이 병이 덜 오도록 토양조건을 감자에 맞추어 보려고 노력하고, 심기와 풀 관리에도 신경을 썼지요. 며칠 내로 캐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소식지가 나갈 때는 벌써 캤겠지요.

2천 평 가까이나 되는 고사리 밭은 늘 농장의 걱정거리입니다. 풀을 잡을 수가 없어 매년 고사리 수확량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포기하나 마나 하는 생각으로 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늘어난 식구들 덕분에 풀을 매기도 합니다. 얼마나 성과를 볼지 알 수 없지만 그나마 그런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늘과 양파는 어제(6월 16일) 수확했습니다. 이틀 말리고 오늘 그늘로 옮겼습니다. 자급용입니다. 약간 판매도 하지요. 장기적인 목적으로 퇴비장도 하나 지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규모이지만 앞으로 크게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0대 후반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와 농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서로 비슷하고 의기투합도 잘 돼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일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속내는 잘 모르지요. 농장 식구간의 사소한 감정적 반목은 여전히 농장의 특징으로 남아 있는데, 그러나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고추밭에 진딧물 방제도 하고 줄도 묶고 보릿대로 멀칭도 하면서 보내고 있는데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논둑도 깎고 김도 메야 하는데 매년 겪는 일이지만 힘이 드네요. 이상 농장 중계탑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여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