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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1호] 내 손으로 짓는 집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6:21 7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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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다듬기

전순우 (목수, 인드라망회원) 



모탐고사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다듬기 시작하는 것을 천지신명께 알리는 의식이다. 작업기간 내내 탈 없이 진행되기를 기원하며 조촐히 차린 상 앞에 머리숙여 절을 올린다.



치목 

치목에도 순서가 있다.

서까래부터 깎아서 바람 잘 통하게 정리를 한다. 그 다음에 기둥, 보도리등 가구 부재를 치목해 나간다. 안방재, 마루재는 집이 다 짜진 뒤에 깎을 것이기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정리를 한다. 목수 일의 절반은 나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무를 정리하는 일이다. 중요한 일이다.



서까래 깎기

어느 것 하나 더하고 덜 할 게 있겠냐 만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하는 양도 가장 많으며, 가장 고되며, 가장 재밌는 작업이다.


하나하나의 생김을 살펴서 가지런히 깎아 나간다. 서까래 하나만 깎아봐도 그 목수의 기량을 안다.



가구부재 치목

한쪽에서는 순서대로 가구부재 하나하나를 대패로 면을 잡아서 깎고, 한편에서는 먹통을 잡고 먹을 메겨 나간다. 항상 고민하면서 먹을 놓는다. 어떻게 하면 구조적으로 더 튼튼한 집을 지을까. 어떻게 하면 집에 살 이들이 좀더 행복한 삶을 일굴 수 있는 집을 지을까 하고.


나무 하나하나의 성질을 헤아려야 한다. 먹이 메겨진 나무는 톱을 넣고 끌로 따며 바심질을 해나간다. 어디는 먹을 남겨야 하고, 어디는 반을 먹여야 하며, 어디는 먹을 다 먹여야 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바심질을 해나간다.


기둥과 보, 도리가 만나는 방법은 그때 그때 다 다르다. 목수마다 다 다르고, 집집마다 다르다.


그렇게 고민하며 집을 지어 왔기에,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고민하며 정성을 다하여 집을 짓기에, 우리 살림집은 그 자태를 뽐내며 세월의 무게를 나무의 속살로 드러내며 우리들 곁에 서 있는 것이다.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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