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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1호] 텃밭일기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6:24 6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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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 밭 일 상

진차근 (불교귀농학교동문, 텃밭지기) 



텃밭 개장식 때 심었던 감자를 다들 수확했다, 올해 감자는 작년에 비해 알도 굵고 수확량도 풍성했던 것 같다. 감자를 심고 난 뒤에도 날씨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싹도 더디 나고, 자라는 것도 늦어 감자가 제대로 알이 들까 싶었는데, 다들 김도 매주고, 너무 많이 난 싹도 적당히 잘라 주고, 핀 감자 꽃도 열심히 따주고 했더니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줬다.


텃밭 가꾸기에 잠깐 짬을 내어 천연 염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콩밭 위에는 빨랫줄에 널린 황토 염색한 천이 나부끼고, 아래 밭에는 콩밭 메는 아낙 모습이 잊어버린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7월 들어서는 비가 많아 여러 가지로 작물들이 시련을 격고 있다. 봄에 뿌린 잎채소들은 이번 장맛비로 거의가 망가져 못쓰게 됐고,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꽃이 피어 수명을 다하기도 했지만, 봄 잎채소는 마감을 했다. 그에 비해 열매채소들은 장맛비에도 끝 모르게 자라고 있다.


토마토는 원줄기 하나만 잘 키워야 하는데 곁순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도 않고 잘 익지도 않는 것 같다. 지금도 계속 곁가지가 나와서 지주대가 쓰러질 지경이다. 수확할 것은 별로 없는 게 무성하기만…….


오이는 처음 모종을 심을 때는 종류를 정확히 몰랐는데, 자라서 열린 걸 보니 전부 노각 종류다. 예전에는 오이를 따지 않고 오래 둬 익혀서 노각으로 만들어 따 먹었는데, 요즈음은 아예 노각용 오이종자가 따로 나온다. 모종 파신 분네 밭에 가 봤더니 그곳에는 전부 일반 오이만 심어져 있었다. 원래 그분들이 노각을 아주 좋아해 노각을 심으려고 했지만 모종을 잘못 주는 바람에 오이 요리를 열심히 해 드시고 계신다.


고추나 가지도 장맛비에 쓰러지고 꺾여지고 해서 피해가 있다. 예전에는 큰비가 오고, 밭에 물이 좀 빠지면 바로 나가 쓰러진 고춧대 세우는 것이 제일 먼저 한 일이었는데, 텃밭은 주말에나 시간이 나니 제때 돌보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기 전에 지주에 한 번 씩 더 묶어 주고 하여 비가 오더라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고추는 또 다른 피해가 왔다. 장마 뒤에 어김없이 오는 병해인 탄저병 흔적이 많이 보인다. 아주 심한 것은 아예 뿌리 채 뽑아 버리기도 했는데, 장마가 그치면 이것저것 조처해야 겠다.


공동텃밭에 심은 콩밭이 풀과의 경쟁에 버겁어하는 것 같다, 고랑에 난 풀들이 이랑의 콩을 침범하려고 하고 있다. 콩밭 메는 울력을 해야 올 가을 두부 만들기가 가능할 것 같다. 아무튼 사람이 필요한 것이, 회원들이 조금 더 자주 밭에 나가봐야 할 시기다. 비가 그치면 다들 한 번 씩 다녀가시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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