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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2호] 삶과 불교 - 나누며 사는 삶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6:35 6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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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며 사는 삶            

백남석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



삼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말, 교통사고를 당해 보름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7인 병실에 입원해 있다보니 자연적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을 7명의 환자와 그들을 간호하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의 이 말은 어떤 대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보는 주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환자 가운데 발을 다쳐 입원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치게 된 경위를 며칠을 두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책망하며 짜증을 냈다. 그런데 그 옆에 입원한 환자는 휴가 갔다 실족해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했다. 통증이 계속되자 수시로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좋은 일, 나쁜 일, 즐거운 일, 괴로운 일 등 갖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그 가운데 나쁜 일이나 괴로운 일을 당했을 때,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어떠한 어려움일지라도 자신을 단련시키는 훌륭한 교육으로 삼는다.


그리고 병실에는 작은 크기의 냉장고가 둘 있었다. 같은 크기의 냉장고였지만 하나는 4명이 사용했고, 또 다른 하나는 3명이 사용했다. 그런데 4명이 사용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며 되도록 이용을 자제해 늘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3명이 사용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서로 자기 것을 많이 보관하려다 보니, 항상 꽉차 빈 공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재되었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관하려다 보니 다른 사람의 것들은 뒷구석으로 밀려났고, 3명의 것이 뒤섞여 자기 것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마침내 큰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우리는 물질적인 것도 나누어야 하지만, 마음도 또한 나누어야 한다. 나누어야 할 마음 가운데 소중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거센 바람은 나그네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지 못했지만, 따스한 햇빛은 나그네 스스로 옷을 벗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오래 전, 법정스님께서도 “꽃과 잎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훈훈한 봄의 기운 때문이고, 가을에 꽃과 잎이 지는 것은 차가운 가을의 기운 때문”이라는 설법을 하셨다.


또 한 가지는 여러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감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관심사와 주요 화제는 주로 누가 성공했다더라, 어떻게 해서 성공했다더라 등 모두가 성공해 잘 살고 싶어하는데 있었다. 성공의 척도로는 어디까지 진급했는가, 연봉이 얼마인가, 얼마나 배웠는가 등이었다. ‘얼마나 많이 봉사하고 나누어 주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성공의 척도가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 보다 얼마나 많이 나누는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태계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 식량이나 물 등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생활에 필요한 자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인간이 끝없는 욕심을 채우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기 위해 다투기 보다는 이웃과 생태계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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