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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3호] 인드라망이 만난 사람 - 누리/이석민 부부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2:54 66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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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이석민 (불교귀농학교동문, 인드라망 회원) 



짝지와 내가 서로 어떤것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글을 부탁 받았지만, 짝지와 나는 서로에 대한 얘기를 쓰기로 했다. 함께 해온지가 10년 사이인 짝지는 구구절절 긴 말이 필요치 않음이 새삼 느껴진다. 마음나눌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이며, 존경하는 삶의 스승과도 같은 사람. 이만하면 표현이 다 될레나? 그래서, 짝지 소개는 그만하고 불교귀농학교를 매짐하고 그동안 텃밭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적어볼란다.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으며 살지를 고민하면서. 농사 짓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속에서 최소한의 공생을 위한 활동이라는 생각도 하며.


공생과 기생사이에서...(기생이라는 완곡한 표현에 대한 많은 농부님들과 도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처음 텃밭을 할때는 밭에 올라오는 풀도 생명이라고 명아주, 쇠비름, 괭이밥 등등 풀들이며 까마중 열매도 신장에 좋고 다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서 잡초를 키우다시피 하니, 가을에 이건 밭이 아니라 풀밭이더라구요.


"취미농은 잡초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농부에게 잡초는 그져 뽑아야 되는 대상일 뿐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텃밭 3년 째인 지금은 풀을 보면 그저 뽑는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논, 밭에서 농부는 잡초를 아름답다 하지 않을 게다. 아름다움을 얘기하면서 함께 키우는 것을 공생이라 생각하는 것은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농부에게 그저 잡초는 뽑아야 되는 것이고, 논, 밭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잡초와 작물과 농부, 모든 생명체가 공생하는 관계임을 그저 알고 있는 것일 게다.


나두 이제 쬐~ 끔은 알 것도 같다. 모든 것을 살리는 것은 공생이지만, 상대를 죽이고 자신만 살리는 것은 기생이다. 기생은 자신을 살리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자신도 죽고마는 공멸인 것이다. 잡초를 뽑는 것은 농부의 공생의 마음이지만, 제초제로 잡초의 씨를 말리는 것은 기생이며 결국은 공멸이다.


논, 밭에서 공생과 인간으로서 공생은(물론, 그 둘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화,도시화와 더불어 농부에게 던져진 화두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농부들이 논, 밭에서 공생을 포기하고, 농약이며 화학비료, 제초제까지 써가며 땅으로부터 진을 빼내고, 땅과는 공생하는 관계가 아닌 기생하는 관계를 선택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농부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그들은 사회구조적 모순에 얽메여 있는 약자이기에.


물론 땅에 기생하는 농부에 기생해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농부들이 그저 고마운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농부들이 땅과 공생하는 마음을 회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내가 이 땅에 농부로 살 날이 왔을 때, 내게도 많은 유혹과 갈등이 있으리라. 살면서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지금도 도시에서 기생하는 삶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갈등하는 내가 농부가 되면 공생의 관계를 선택하고 그 길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세상사 모든 일이 비스무리 할게다. 살면서 자신의 신념을 잡아줄 의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밧줄과도 같기에. 오늘도 내 마음은 공생과 기생이 팽팽히 줄다리기 중이지만 손 꼭잡아줄 짝지가 있기에, 마음 나누고 함께 갈 든든한 동지가 있기에, 나는 항상 공생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동지들 힘내시라우야. 내가 손 꼭 잡아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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